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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Jul 18. 2019

저는 두리안 사러 이곳에 갑니다

싱가포르에서 두리안 먹는 몇 가지 방법 #singapore #food

 싱가포르로 넘어온 지 세 달 째, 강군과 나는 두리안에 푹 빠져있다.


 그저 길거리에서 두리안 파는 곳만 보면 "두리안이다!"를 외치며 무슨 진귀한 동물이라도 보듯 가격과 빛깔을 찬찬히 살피곤 한다. 그러면서 몇 번째 두리안이 제일 맛있었고 그때 가격은 이랬으며, 빛깔은 어땠는지 품평을 늘어놓으면서 빈 공간을 둘이 채워나가고 있다. 오늘은 두리안을 좋아하는, 그리고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 장소와 고르는 법을 정리해봤다.



1. 길거리 시장(현장감과 품질 면에서 최고)

두리안 품질을 미리 보여주는 상인과 이를 맛보는 손님

 가장 맛있는 두리안을 먹기 위해선 오픈마켓을 찾아야 한다. 두리안을 찾으며 여기저기를 떠돌던 우리는 역시 과일을 쌓아놓고 파는 시장이 최고라고 결론을 내렸다. 과일 시장에 나오는 두리안은 맛있고 싸고 물량이 많다. 가장 유명한 곳은 게일랑(geylang) 거리인데, 우리가 찾은 곳은 버스에서 우연히 보다가 발견한 'Bedok mall에서 10분 떨어진' 과일 상점이었다. 스포츠용품 대형상점인 데카트론 bedok 지점과 상당히 가깝다. (우린 바람에 실려온 두리안 냄새만으로 시장 위치를 찾았다.)


 오직 두리안을 사고팔기 위해 열린 과일 가게다. 워낙 물량이 많다 보니, 상인들은 두리안을 포장해 팔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열어서 속을 보여주기도 한다. 먹고 갈 수도 있고 알맹이만 따로 포장해 갈 수도 있다. 가격은 그들 기준으로 매긴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건 3통에 만 원이고 좋은 건 1통에 2~3만 원을 훌쩍 넘는다. 우리는 하나에 2만 원 정도인 두리안을 통째로 구매했다. 그 자리에서 먹고 오면 더 좋지만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두리안을 까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들고 오기가 힘들뿐더러 껍질 까기도 만만치 않아서 알맹이만 포장해오는 것을 추천한다.


 어떻게 잘 고르느냐엔 명확한 답은 주기가 어렵다. 열매 크기가 커도 알맹이가 작을 수 있다. 또 겉보기엔 작고 파랗더라도 알맹이가 크고 샛노란 경우도 많다. 상인에게 속을 살짝 보여달라고 하거나 아예 골라달라고 맡기는 것도 괜찮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겉은 가시가 두껍고 클 수록, 속은 알맹이가 노랗고 탄성이 좀 있는 게 달았다. 확실한 건 가격이 올라갈수록 훨씬 더 맛있고 달콤했다. 역시 돈이다.



2. 대형마트(편리함, 접근성 좋은 편)

3조각에 만 원 정도. 사진을 찍은 곳은 fairprice mart, bedok mall점.

 대형마트에서도 두리안을 판다. 통째로 팔기엔 냄새가 너무 심해서 들여놓지 않는 것 같고 일회용 팩에 알맹이만 포장해서 진열해놓는 편이다. 빛깔이 엄청 노랗거나 큰 편은 아닌데, 겉모양만 조금 다를 뿐 두리안은 웬만하면 맛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많이 먹고 싶고 바로 깐 신선한 두리안을 좋아해서 시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만약 시장에 갈 여유가 없거나, 그냥 맛만 살짝 보고 싶다면 두리안을 소량으로 포장 판매하는 fairprice 마트나 cold storage 마트를 찾으면 된다. 가격은 시장보다 높은 편이다.



3. 두리안 전문 식당(창이공항에서 바로!)


 두리안을 그 자리에서 까주고 두리안을 국물 음식과 함께 맛 볼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창이공항에 위치한 '포시즌스 두리안(four seasons durians_지하2층)' 레스토랑은 샤브샤브같은 국물 음식에 두리안을 토핑으로 제공한다. 또 두리안만 원하는 손님은 그 자리에서 두리안을 고르거나 포장된 팩을 구매한 뒤 식당 내부에서 즐길 수 있다. 가격은 두리안 반 개 분량에 1만 4천 원 정도. 과일시장보다 살짝 높은 편이다. 품질은 과일시장과 거의 비슷한 편이라서 포장된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창이공항에 도착한 뒤 여유롭게 구경하다 두리안을 먹고 싶다면 포시즌스 두리안 식당을 추천한다.

그 자리에서 두리안을 고르고 식당 내부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4. 배달 앱, GRAB(극강의 편리함을 자랑)


 앱 하나로 두리안을 집에서 배달받을 수 있다니. 그랩 앱은 본래 택시를 부르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음식 배달과 전동 휠, 호텔 예약 등으로 그 범위를 무한히 넓혀가고 있다. 그랩에선 두리안을 두 박스에 5만 5천 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비싼 편이지만 그 편리함을 돈으로 환산해보면 아마 그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걷지 않아도, 껍질을 직접 까지 않아도, 터치 몇 번으로 두리안을 집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 또 그랩은 가끔 예고 없이 두리안 오픈카를 큰 쇼핑몰 앞에 배치해두고 두리안을 낱개 판매하기도 한다. 역시나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접근하기가 쉽고 편리하다는 점에서 서비스를 이어가는 중이다. 실제 이 서비스를 싱가포리안이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랩 앱은 가끔 할인쿠폰을 예고없이 뿌린다. 프로모션을 노려보자.



 아래 사진은 시장에서 직접 사 온 두리안을 까며 고군분투했던 현장. 한 통에 2만 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정말 엄청 달고 크고 양도 많고 맛있었다. 싱가포르 아파트는 공용 쓰레기장(?)과 연결된 작은 통로가 부엌 밖에 위치해 있다. 세탁기가 있는 곳에 작은 문이 있는데 여기에 음식물과 온갖 쓰레기들을 바로 버리면 공용 쓰레기장으로 떨어지는 원리다. 하루 종일 두리안 껍질을 집에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한 통에 10조각 정도 들어있는 두리안. 비싸서 그랬는지 더 노랗고 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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