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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Sep 02. 2019

세계에서 가장 노숙하기 좋은 공항

이 정도면 공항이 아니라 관광지다

 공항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생각보다 살 거 없는 면세점이나 설레는 탑승수속, 기념품샵, 약간 비싼 식당들 그리고 벤치 노숙.

 어떤 이들은 여행 자체보다 공항에서 머무는 순간들이 더 설레고 기분 좋다 하던데, 이곳에 오면 여행을 기다리는 느낌이 아니라 이미 '여행을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싱가포르의 자랑인 '창이 국제공항'이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허브 공항인 창이 공항은 세계 공항 평가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처음 창이 공항에 도착해서 느낀 것은 '넓고 볼 것 많고 깨끗하다'였다. 싱가포르는 모든 지하철역마다 역 안에 큰 규모의 쇼핑몰이 꼭 들어서 있을 만큼 쇼핑에 최적화된 여행지다. 그러니 공항을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기획했을지 짐작이 간다. 이곳에서 놀다 보면 어쩌면 더운 날 이곳저곳 걷는 여행보다 '공항 여행'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단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편리한 시설들을 자랑하다 보니 ‘가장 노숙하기 좋은 공항’이라고도 불린다는데, 정말 그 정도인지 또 어떤 점이 좋은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보았다.



1. 종일 봐도 안 지겨운 랜드마크 '인공폭포'

빛과 음악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인공폭포.

 가장 볼 만한 건 역시 실내 인공폭포다. 40미터 높이의 폭포가 지상~지하까지 쭉 관통하기 때문에 어느 층을 가도 다른 시선으로 폭포를 즐길 수 있다. 이게 공항인지 관광지 명소인지 헷갈릴 정도로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폭포 주변은 자연이 둘러싸고 있고 그 사이로 관광객들을 위한 공중다리(유료)와 모노레일이 지나간다. 게다가 이 좋은 배경을 두고 여러 식당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으니 이 정도면 확실히 관광지라 할 수 있겠다.


 밤엔 레이저와 음악이 더해진 폭포 무료 쇼까지 더해져서 그 화려함을 더 극대화한다. 쇼가 시작되는 시간은 매일 밤 7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진행된다.



2. 2만 원 티본스테이크 + 미슐랭 아이스크림 + 즉석 두리안


 딱히 맛집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여기도 미슐랭, 저기도 미슐랭 스타 맛집이다. 맛은 물론 가성비도 좋은 데다 폭포 배경도 즐길 수 있어 노숙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넘쳐나는 맛집 사이에서 헤매지 않도록, 직접 방문한 몇 곳을 추려봤다.

가성비 좋은 파스타+스테이크 맛집 핫토마토. 두 번이나 방문했다.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은 티본스테이크를 2만 원 대에 즐길 수 있는 'Hot tomato' 양식 레스토랑. 파스타 종류도 상당히 다양한 데다 양도 많고 가격도 1만 원 초반~2만 원 정도다. 특히 해물 파스타와 티본스테이크 맛이 가격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 주변에 추천도 종종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폭포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오픈 공간이라 서울에선 절대 이 정도 가격에 못 먹는다고 장담할 수 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버즈 오브 파라다이스'. 스트로베리바질과 씨솔트 호지 맛을 추천한다.

 두 번째로는 'Birds of paradise' 아이스크림 가게. 이 곳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아이스크림 집인데 와플콘을 즉석에서 반죽해 굽는 것이 특징이다. 종류도 로즈얼그레이, 딸기바질, 씨솔트호지(녹차), 배 등 독특하고 이국적인 맛이 많다. 다만 한 번 기다리면 놀이공원급으로 30분 정도는 대기해야 하니 여유 있을 때 줄 서는 것이 좋겠다.


실내에서 시원하게 두리안을 즐길 수 있는 식당, '포시즌스 두리안'

 냄새가 심해서 주로 야외에서만 판매하는 두리안도 실내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 '포시즌스두리안(Four seasons durian)' 식당은 두리안 열매를 즉석에서 열어서 판매할 뿐 아니라, 이를 훠궈, 샤부샤부 같은 탕 음식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또 귀국할 때 기념품으로 사가기 좋은 두리안 쿠키나 초콜릿도 함께 팔고 있어 두리안을 좋아한다면 꼭 이 식당을 가보길 추천한다.

 


3. 포켓몬 스토어부터 수준 높은 디자인샵, 저렴한 마트까지

스파 브랜드, 편집숍, 마트, 포켓몬스토어 등 없는 상점이 없다.

 공항 쇼핑은 잔돈 처리를 하거나 기념품 구매, 면세품 구경 정도만 하는 줄 알았다. 반면 창이공항엔 살 게 너무 많다. 자라나 나이키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토이샵 그리고 가격이 저렴한 페어프라이스 마트까지 있다.

 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은 ‘Urban Revivo’ 여성의류샵이다. 가격은 조금 높은 편이지만 디자인 수준도 높고 트렌드도 잘 따라가서 예쁜 옷을 많이 건질 수 있다. 스페인 속옷 브랜드로 잘 알려진 ‘오이쇼(Oysho)’도 매장이 커서 볼 만하고 '휠라(FILA)' 같은 스포츠 브랜드도 꽤 디피에 신경을 쓴 편이라 구경할만하다.


 친구들과 가기 좋은 곳으론 ‘클로쉬(Klosh)’, ‘가디언즈(Guardians)’ 같은 화장품 및 액세서리 잡화점을 추천한다. 이밖에도 가격대가 높은 준명품 브랜드 매장부터 노숙하며(?) 군것질 거리를 간단히 살 수 있는 '페어프라이스(Fair price)’ 대형마트가 있다.

 


4. 공항 내 캡슐호텔까지..그런데, 노숙할 시간이 있을까?

 그래서 정말 노숙하기 좋냐고? 공항 내 숙박이 가능한 캡슐호텔이 있는 데다, 넓은 공간과 빵빵한 와이파이, 무료 컴퓨터 이용 그리고 각종 편의시설을 자랑한다. 또 여기저기 앉아서 쉴 수 있는 카페나 식당도 지나칠 정도로 많은 편이다. 웬만한 드럭스토어나 마트, 쇼핑샵은 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Snooze space’라고 해서 졸 수 있는 공간도 널찍하게 마련돼있다. 이곳에선 거의 비즈니스석처럼 누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좌석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숙하기엔 너무 아까운 공간인 것도 사실이다. 관광지라 불려도 될 만큼 볼 게 많고 먹을 게 넘치는 곳이다. 차라리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했단 마음으로 이곳저곳 탐험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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