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무더운 여름이었다.
할아버지와 난 옥수수밭 김매기를 하고 있었다.
시뻘건 얼굴에 땀방울이 비오듯 스쳤다. 팔꿈치로 얼굴을 문질러 땀을 닦았다. 그러곤 저 멀리 하늘을 쳐다 보았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처럼 지면을 덥혔다.
나: “아이, 허리 아파. 할아버지 우리 조금만 쉬고 하면 안돼요.?“
할아버지: 허허 웃으시더니 ” 너한테도 허리가 있냐.?“
띠용.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나에게도 허리가 있다. 장시간 허리를 굽혀서 일하다 보니, 아픈건 당연한거 였다. 어리다고 허리가 없는건 아닐터. 그땐 할이버지의 그 말이 못내 서운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아버지의 그 말뜻을 이해한다. 어린애가 어른들이 사용하는 말을 해서 귀여웠던거 같다. 마치 세살짜리 아기가 냉수를 마시며 “아이고, 시원해”라고 할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까? 그만큼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다. 어른들의 언어를 이해할수 있는 경지에 오른걸 보면.
또 한가지, 할머니가 뜨거운 사골국을 마시면서 시원하다고 할때, 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뜨거운, 진하게 냄새 나는 국물을 마시면서 시원 하다고 하지? 언행불일치. 하지만 얼마전 내가 설렁탕을 먹으면서 “아이, 시원해”를 연발하고 있더라. 뜨거움의 시원함을 알아 차린걸 보니까, 진짜 어른이 되어 가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