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轉禍爲福)과 설상가상(雪上加霜) 사이에서(1)

시련(고난)은 이겨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

by 문은배

당신은 시련 혹은 고난을 겪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겪고 있는가? 시련과 고난은 당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만약 당신이 시련과 고난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아래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시련(고난)은 이겨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수용해야 하는 것인가?" 필자는 아직,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당신은 해답을 가지고 있는가?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순간이 찾아오다.


때는 2016년 3월, 봄내음이 향긋한 어느 날 필자는 한 세미나에 참석한 후 귀가 중이었다. 무엇인가를 듣고, 보고, 배운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즐거운 것은 세미나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그 자체이다.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하철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출출한 배를 저녁으로 달랠 생각에 성큼성큼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집에 빨리 가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쉬면 무난한 하루가 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너무 서둘렀던 것일까? 지하철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중, (그날따라 큰 신발을 신었던 터라) 계단을 신발 앞부분으로 밟았는데 신발에 힘을 받지 못한 채로 삐끗. '아뿔싸'. 몸의 무게 중심이 순간 앞으로 쏠리면서 지하철 계단에 말 그대로 고꾸라졌다. 창피함도 잠시, 벌떡 일어나 뛰려고 했으나 뭔가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욱신거리는 무릎을 만져보니, 왼쪽 무릎이 계단에 찍혀 으스러져있었다. 그 순간 놀란 나는, 역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고 마침 가까이에 있던 역장님이 달려와 119에 신고했고, 그렇게 나는 119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쉽지 않았던 수술과 재활.


입원 후 다음날 수술이 시작되었고, 수술은 약 30개의 철심과 와이어를 사용해 무릎뼈(슬개골)를 고정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수개월 통깁스를 착용한 상태로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던 터라 운전이 불가한 상태에서 등하교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동료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깁스를 풀었는데 근육이 다 빠진 다리가 팔뚝만큼 가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재활은 소름의 연속이었다. 무릎을 굽힐 때마다 튀어나오는 못, 그리고 "뚜둑"하고 나는 소리는 재활의 제일 큰 걸림돌이었다. 꾹 참고 노력한 끝에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는 좀 더 자연스러워졌지만, 여전히 뛰는 것은 어려웠다. 사람이 참 신기한 것이 몇 달 몸이 묶여있으니 뛰는 방법을 잃어버리게 되더라. 뛰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보다 뛰는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뛰는 흉내를 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어 그동안의 모든 시련이 내 삶의 풍부한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전화위복의 순간에 맞이하는 설상가상의 순간.


뼈가 잘 붙어서 이제 철심과 와이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제 이 수술로 모든 게 끝이다. 제거 수술은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수술방에서 나왔다. 그동안 무릎을 감고 있던 철심과 와이어가 빠져나가니 속이 다 시원했다. 감사했다. 잘 버텨준 나 스스로에게 감사했고, 무엇보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던 나를 제일 가까이서 도와줬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모든 것이 끝나서인지 그저 이만한 것도 감사하게 되더라. 며칠이 지나 개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퇴원수속을 밟으며 짐을 쌌다. '이제 정말 행복하게 살아야지. 항상 조심해야지.' 생각했다. 아내와 함께 마지막으로 외래진료를 보면서 수술을 해주셨던 담당교수님께 인사를 드렸다.


"교수님,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이, 별말씀을요. 환자분께서 고생이 많으셨죠. 뼈도 잘 붙었고,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내와 나는 교수님의 말에 초집중했다.


"환자분, 음, 이번 수술 앞두고 기본검사로 X-RAY 찍었었잖아요."

"네"

"음, X-RAY상에 폐 쪽에 종양이 있는 듯 보입니다. 자, 여기를 보세요. 폐 쪽, 여기 위에 동그란 거 보이시죠? 일단 X-RAY에서는 대강 형태만 보이는 거라, 바로 CT를 찍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가시면 간호사가 바로 CT예약 잡아드릴 겁니다. 그리고 흉부외과 외래도 같이 잡아드릴게요."

"네.."


'이건 뭘까? 또 뭐가 있는 걸까? 나는 어떻게 될까? 막막한 이 느낌은 뭐지?' 나와 아내는 할 말을 잃었다. 전화위복의 순간에 맞이하는 설상가상의 순간. 아니 전화위복의 순간을 덮어버린 설상가상의 순간.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내가 아프면, 아내는, 우리 아이들은 누가 지키나.






작가의 말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라는 말이 사무치게 실감 났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요. 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상황을 겪으신 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인생의 '희로애락'은 모두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슬픔과 시련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 여러분에게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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