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빛 좋은 개살구에서 그냥 살구가 되기까지
(현대 기술로도 구현이 불가능한 구조와 신체능력으로 구사하는 자유로운 비행기술 하나만큼은 엄청난 새. 짧은 다리에 발가락은 약한 대신 나는 것 하나만은 수준급인 벌새는 날개가 특이하게도 어깨 관절을 축으로 어느 정도 회전이 된다. 목이 짧은 대신 부리가 길어서 주로 공중에 체공하며 꿀을 먹는데, 이게 가능한 것도 저 특이한 날개 구조 때문. 헬리콥터처럼 전진, 후진, 공중 체공이 전부 가능한 새이며, 날개 양쪽을 다른 속도로 움직일 수도 있다. 비행물체를 만드는 모든 인간의 꿈에 부합하는 새이다. 벌새의 모든 테크닉을 비행물체로 구현하는 순간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할 정도로 벌새의 비행기술은 항공 역사상 불가침의 영역으로 손꼽힌다. 그 영역에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멀티콥터이다. 하지만 멀티콥터도 날개 방향을 실시간으로 회전하거나 몸통 자체를 꺾을 수 없는데, 현존하는 기술로는 벌새의 어깨관절을 완벽히 구현하기는 아직 불가능하다.
활동량이 많은 데다 초당 수십 회씩 날갯짓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모량이 다른 새의 몇 배는 된다. 자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부족으로 죽을 수 있어서 벌새가 잠을 잘 때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의 가사상태에 이른다.
2시간 동안 마라톤을 한다고 치면 인간은 2600칼로리가 소모되지만 벌새는 총 1만 4천 칼로리를 소모할 정도로 체구에 비해 연비가 매우 낮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포뮬러 1 레이스 카 수준.
그 초월적인 에너지 소모량을 감당하기 위하여 주로 고열량의 곤충이나 꿀을 먹는다. 그것도 모자라기 때문에 10분마다 계속해서 꿀을 마셔야 한다. 그래서 매일 과즙을 자기 체중보다 더 많이 먹는데, 사람으로 치면 하루에 햄버거 90kg을 먹는 수준으로 체중 대비 많은 음식을 먹는 동물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