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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Nov 12. 2020

나와 '아이'의 관계 세우기

박우란,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너만은 내 마음을 알아줘야지’로 시작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하소연.

딸이기 때문에 유독 엄마의 감정을 읽어주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무적 결속감에 대해 가끔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를 본다. 엄마는 딸에게 기대하고 집착하며, 때로는 경쟁상대로 여기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여과없이 딸에게 쏟아붓기도 하며,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하는 딸에게 자신 이상의 삶으로 넘어서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결속관계를 통해 딸은 엄마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 순간에 늘 엄마의 목소리가 개입하며, 엄마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심리관계를 프로이트, 라깡과 같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분석해낸다. 

이러한 심리적 결속, 어찌보면 구속에 가까운 기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엄마는 자신의 상태와 감정, 욕구와 요구, 욕망이 무엇인지를 알고 명료하게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내 감정과 이의 감정을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자녀를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금물, 

또, 딸 아이는 엄마의 시선에서 벗어날 것을 부탁한다. 어머니를 지우고 내가 존재하게 해야 자존감을 획득할 수 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나의 목소리인지, 타자의 목소리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딸 아이의 출산과 동시에 듣는 여러 가지 말이 있다. ‘딸이 있어서 좋겠다. 딸은 엄마의 친구가 된다. 엄마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것은 딸뿐이다. 아들은 엄마 마음을 모른다.’는 류의 말들. 이 책을 읽고 보니 나 또한 딸 아이가 성장한 후 나와 맺게 될 관계에 대해 은연 중에 기대하는 것들 것 있었던 것 같다. 숱한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심리적 결속을 기대했고, 그러한 관계를 통해 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딸은 딸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며 어느 정도 아이를 심리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 책은 나에게 나와 딸이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는 레시피이다. 


 엄마가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엄마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언어로 표현할 때 아이는 안전하게 엄마를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으며, 또 스스로 저항하거나 거리 띄우기도 시도할 수 있지요. 그 과정이 없으면 아이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잃어버리게 되고요.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하며, 그 불안에 엄마보다 더 크게 압도될 수 있습니다. 
자녀를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스스로의 삶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엄마가 되어야 합니다. 즉,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자신의 삶 자체를 욕망해야 하지요. 
배우자인 남편의 흉을 끊임없이 쏟아 놓으며 딸을 감정받이로 사용하는 엄마는 단순히 감정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딸이 훗날 남성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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