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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Oct 23. 2020

[서평] 이금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일제시대, 희망의 땅을 찾아 떠난 세 여인의 이야기

일제시대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들과 결혼하러 먼 길을 떠났던 사진신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같은 마을에서 각자의 사연으로 사진신부가 되었던 ‘홍주, 버들, 송화’는 우여곡절 속에 하와이에서 정착하여 정착하여 뿌리를 내리고,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소설의 주인공인 ‘버들’은 훈장이던 아버지가 의병에 가담해서 목숨을 잃게 되었고, 어머니 혼자 자식들을 건사하며 가난하게 살아오던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포와’, 하와이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결혼한 지 석달 만에 남편이 죽고 과부가 된 ‘홍주’, 무당의 딸로 손가락질 받으며 어두운 삶을 살았던 ‘송화’까지. 그들에게 있어 포와, 하와이는 꿈꿀 수 있었던 유일한 낙원이었을 것이다. 비록 도착해서 만나게 된 현실은 무척 달랐지만 말이다. 

사진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남편을 만나 통곡하는 여인들의 모습, 조선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이기에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이내 강한 생활력으로 그곳의 삶에 적응하게 되고 각자 아이까지 낳고 살아가는 모습은 당시 여인들에게 가해진 보수적인 전통과 관습의 폭력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한편, 그들에게 내재된 의지와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한편 버들의 남편인 ‘태완’은 먼 타국에서도 독립군에 가담하고 자신의 일생을 바치고, 여인들은 부인회를 조직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국 독립에 기여하는데, 자신이 처한 팍팍한 현실 속에서 지향하는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추구하는 노선에 따라 둘로 나뉘어져 갈등을 겪는 모습은 적나라했고 안타까웠다. 

작가는 우연히 한국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을 보던 중 우연히 ‘사진 신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이민자들을 삶을 다룬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들이 장에 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머나먼 타국으로 길을 떠났던 여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녀들은 포와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소설을 통해 그녀의 삶과 감정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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