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모습을 떠올릴까. 부모와 한두명의 자식으로 이루어진 핵가족의 모습이 바로 요즘 정상으로 인식되는 가족의 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족상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수많은 가족의 형태가 사회에는 존재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가족은 정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간주되며, 많은 이들을 차별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주로 비혼, 미혼모 가정이 그에 해당되는데, 그들의 경우 양육과 일을 모두 전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육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버거운 현실로 인해 시설로 아이를 보냈고 입양을 가게 된 아이가 부모의 학대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일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다가 화재로 사고를 당한 형제의 일 또한 유사한 맥락에 놓인다.
이 책에서는 '정상 가족'에 대한 우리의 이데올로기적 지향과 비정상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모두의 공동체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주의는 지나치게 부모의 권리와 의무에 지나치게 많은 힘을 실어주고 아동의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관점은 아이를 향한 체벌 또한 당연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저자는 스웨덴의 사례를 보여주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야 함은 물론이고 가족의 짐을 사회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웨덴에서는 국가는 어린이를 부모에게 귀속된 존재가 아니라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개인으로 간주하여 보호제도를 운영한다. 아이들의 인격권을 보장하기 우해 국가가 가정 내에 개입해 '체벌을 금지'하는 등 투명한 가족을 창출하는 것이다. (p.215)
집단은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되며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그러한 자율성이 침해될 때 개입하여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진시키자는 것이 요.
과거에 비해 우리 나라는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다양한 출산 장려 제도, 양육 지원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개개인의 짐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그러한 제도의 도움을 감사하게 받고 있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 육아와 일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당연하게 부과되어 있고, 조부모님의 도움이라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과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현실은 아직 사회가 나아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앞서 사례에도 보듯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의 사례들과 '정상 가족'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이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들이 만연하다. 공적 영역이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안되겠지만, 모두가 환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입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