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라시아 Dec 17. 2020

[서평] 김금희, 복자에게

부치지 못한, 부치지 못할 편지. 


제주의 고고리섬을 배경으로 영초롱과 복자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멀어짐이 담겨 있다. 훗날 판사가 된 영초롱은 복자와 지내던 유년시절과 ‘복자’를 그리워하며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곤 했다. 시간이 흐른 후 의료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약제조제 과정에서의 부작용으로 아이를 잃게 된 복자를 다시 만나게 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영초롱은 노력한다. 의료송사가 늘 그렇듯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복자를 비롯한 간호사들은 환자 개개인의 조제내역을 일일이 확인하며 자료로 제출해 전세를 바꾸고 승소한다. 귀여운 모양의 낮은 키높이의 수전 앞에서 손을 씻는 아이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복자.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을 수는 없어도 부당하게 죽어간 생명들에 대해 당당해질 수는 있을 것 같다. 어떠한 말로도 그녀를 위로할 수는 없겠지만.

소설 속 제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웠고 참 생생해서, 나도 그녀들의 유년 속에 잠시 머물 수 있었다. 그리고 영초롱을 맡아주던 고모 또한 늘 친구를 그리워해서 편지를 쓰곤 했는데, 소설을 관류하는 그리움과 닿을 수 없음, 회한은 정말 사랑하지만 어떠한 실수나 사건을 계기로 멀어지고 아파하는 사람 사이가 아프게 다가왔다. 고오세도 영초롱을 바라보았지만 늘 닿을 수 없었던 것처럼. 사람도, 풍경도 내내 애틋하고 아프게 읽힌 소설.


그런 복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온통 물러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것이 힘을 쓰고 싶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142)

덧. 소설 말미에 판사를 그만 두고 파리로 떠난 영초롱이 지금 이 팬데믹 시국을 언급하는 것이 씁쓸하면서 흥미로웠다. 역시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라며. 수많은 문학 작품 속에 코로나와 마스크가 곁을 내어주겠다는 생각도 함께.

작가의 이전글 [서평] 박경리, 시장과 전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