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들은 모든 일에 면죄부를 받는다.
맛 없는 음식을 면전에서 웃는 얼굴로 혀로 쓱 밀어내며 뱉어 내도, 마음대로 용변을 봐도, 하고 싶은 대로 떼를 써도 그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할 뿐이다. 하루종일 마음대로 하는 그들의 시중을 들며 나를 내어놓는 수련을 하면서도, 내가 그들로부터 가장 큰 위로를 받는 순간은 아기를 만질 때이다.
아기의 피부는 어른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보드랍고 차가운" 느낌. 이 느낌이 좋아서 자꾸 손으로 만지고 얼굴을 대 보는데, 그 촉감이 나에게 전해져오는 순간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아기의 세계가 무한정 커지곤 한다.
아가들의 성장과 지호의 성장기록에 대어 보기 위해 가끔씩 기록을 찾아보는데, 이 무렵에도 첫 아이의 얼굴이 알러지로 울긋불긋했던 것을 보게 되었다. 아, 난 그때 이 행복을 못 누렸구나. 그래서 그때 그렇게도 우울감에 휩싸였나 싶고ㅎㅎ
한번 더 아기의 "보드랍고 차가운" 피부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둘째둥이들이 없었더라면 일곱 살 첫째를 보면서 매 순간 처음인 아이의 성장에 경이로워하면서도 흘러가는 시간들에 늘 아쉬워했을 것 같다. 내일도 조금 더 쓰다듬고, 만지고, 부비고 해야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랑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