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반성문
관계가 흔들릴 땐 스스로를 돌아볼까
부모님이 나에게 종종 성격이 이상하고 못되어먹었다고 이야기하시곤 했다. 흥 하고 흘려버렸던 그 말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잘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에게 나의 바닥에 가까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온 것 같다.
남편과 결혼생활의 시작 2014년. 서로 성격의 '다름'을 분명히 알고 시작했다. 서로 조심스레 마음의 문을 더욱 열고 가까워졌던 신혼 초,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들도 많았다. 이야기의 주제는 '서로'에 대해서였고,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서로를 잘 알게 되었다. 과거의 상처들, 행복한 경험, 현재의 서로, 서로의 성격과 성향, 추구하는 가치 등.
첫 아이를 낳고 우여곡절 속에 둘째,셋째를 키우며 어느덧 8년차에 접어든 우리의 결혼 생활. 육아에 하루 시간과 정신, 육체적 노동을 80프로 이상 할애하다보니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무척 경계하고 싶은 모습이 점점 드러나버렸다.
어제 급기야 화가 난 오빠가 더 이상 나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거듭된 대화 요청 속에 말문을 연 그는 내가 그를 기본적으로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점점, 물흐르듯 그렇게 해온 것 같다. 그의 단점은 나에게 미덥지 못함으로 마음 속에 박혀 버렸고, 지적하거나 사소한 것까지 매우 자세하게 말하며 인지시키곤 했다. 마치 학생처럼.
부부란, 어떤 위계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자리에서 서로 만나 일구어가는 관계라는 걸 글로도 머리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그랬을까.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말과 행동들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이 말을 처음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떠올랐다. 이전에도 누군가로부터 난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문제였다. 부족한 건 그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대하던 누군가가 어느샌가 편해지고 나면 장난치고 비꼬며 말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 가까워지는 것과 함부로 대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관찰예능으로 내가 그를 대하는 장면을 보았다면, 참 스스로가 싫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며 스스로를 바닥까지 드러낸 것 같다. 가장 가깝고 중요한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며.
그에게 이야기를 나눠줘서, 나에게 그 말을 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브레이크를 지금이라도 걸어줘서 다해이라고. 코로나탓도 아니고, 아이들 탓도 아닌 - 이건 전적으로 그를 대하는 '나'의 문제이다. 가끔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꼭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장나면 고치듯, 벨브가 풀리려 하면 다시 조이며. 인격에도 노력과 수양이 필요하다.
나이를 먹으며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한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다른 사람을 조심스레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하루에도 몇번씩 말해주고 싶다. 비단 배우자뿐 아니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그렇게 대해야 하는..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의 오랜 카톡 대화명이던 '반성과 변화'.
이젠 내가 그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