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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Aug 15. 2021

[서평] 하고운, 우리들의 문학시간

내 수업을 돌아보게 하는 결정적인 한 권의 책


과학고에 근무하는 국어선생님이 담은 수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느 독서가 그러하듯 이 책도 어떤 책을 읽다가 언급된 부분이 있어서 흥미가 동해 찾아 읽게 되었다. 평범한 수업 장면과 감회를 담은 책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이 책은 기대보다 더 큰 선물을 나에게 해 주었다. 반성과 깨달음이라는 선물.

수업을 기대하고 즐기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수업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십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쩌면 그대로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후회와 아쉬움도 밀려왔다. 나를 거쳐간 수많은 문학작품과 글들. 물론 수업 시간에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더 풍요로울 수 있었고 다채로울 수 있었으며 학생들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전국국어교사모임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별 다른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발을 들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도서관 수업, 토론 수업, 글쓰기 수업,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낯익지 아니한 것이 있나..?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법한 단어들인데도 수업시간에 제대로 시도해 본 것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작품을 분석하고 문제 풀이하기 바쁜, 소통이나 감흥같은 것은 없는 수업의 연속이었다.

저자가 추천한 책들이나 소개한 수업 방법 등을 잘 메모해 두었다. 기회를 만들어서 수업에 꼭 활용할 생각이다. 마침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있는데, 저자가 한 것처럼 한 학기 동안 깊이 있게 읽지는 못하더라도 수업 장면이나 수행평가에 활용해 보려 한다. 학생들에게 '나의 코스모스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제시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결과물로 실려 있는 학생의 에세이는 더욱 좋았고.

아이들이 모두 잠든 새벽, 다시금 생각한다. 국어교사로서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두 번쨰 육아의 폭풍을 어느 정도 거쳐 복직하고 새로운 출발을 한 올해, 그리고 새로운 학기를 앞둔 지금. 왠지 앞으로의 몇년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빛이 되어주는 책이다. 도서관에서 대여했는데, 구입해서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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