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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Jul 29. 2021

김동식, '회색 인간'

인간과 사회에 던지는 '촌철살인',


 ‘촌철살인’. 이 소설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 사회에 닥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서 그려내고, 도래한 사회의 모습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꼬집어 비판한다.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재치 있기도 하면서, 소설 속 사회의 모습이 기괴하고 아름답지 않아 디스토피아를 직접 경험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소설이다. 또 짤막한 이야기가 강한 전달력을 가지기도 해서 동물을 소재로 하진 않았지만 ‘우화’같기도 하다.

 표제작 ‘회색 인간’은 어느 날 만 명의 사람들이 지저 세계 인간들에게 납치당하면서 끝없는 노동에 시달리게 되는 이야기이다. 도시 하나만큼의 땅을 파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 바라보며 노동을 이어가는 그들은 회색 인간이 된다. 무의미의 삶, 무의미의 존재.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노래’를 시작한다. 한 사내는 그 여인의 뺨을 때리며 그녀를 부인하지만 노래는 사람들에게 다시 생기를 불러 넣는다. 

 “이젠 누군가 노래를 불러도 돌을 던지지 않았다. 흥얼거리는 이들마저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여전히 사람들은 배가 고팠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21p)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정당한가? 인간에게 ‘희망’은 삶을 유지하는 원동력일까? 회색인간들은 희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회색인간이 되어갔을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희망 이외에 다른 것이 필요할까? 그건 무엇일까. 아마 ‘노래’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소설 분량이 짤막하고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성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들이 많아 수업 시간에 다뤄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표제작 이외에도 ‘무인도의 부자 노인’, ‘아웃팅’, ‘디지털 고려장’ 등등 다른 단편들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가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지 않은, 유머 게시판 출신이라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 틀에 박히지 않은 서사와 상상력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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