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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Aug 17. 2021

엄마 사람의 공간을 찾아서

오소희,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오소희 작가의 산문집이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신선했다. 여러 곳을 '직접' 여행한 체험이 글에 녹아 있는 것 같았고, 그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연륜과 깊이 있는 인식이 드러나 있는 글이었다. 초반에는 운문 형식의 글들에서 약간 기교가 느껴져서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남편과의 관계라든지 성장하는 아들을 정서적으로 독립시키는 장면 등 진솔함이 느껴져서 글 속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직접 자신의 집을 기획하고 '부암살롱'이라는 공간을 만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공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실현하고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공간의 가치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니 '이것은 진짜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간의 가장 멋진 쓰임새는 공유하는 것이다. 모두가 들어올 수 있게 열어두고 그 안에서 저마다 자유로이 시간을 가꾸게 두는 것. (260p)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구절이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는 '광장'과 '밀실'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인간의 본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사회적으로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있는가하면, 자신만의 내밀한 욕구와 자유가 있는 밀실이 필요하다. 작가는 집에 광장과 밀실을 모두 구현한 것 같다. 부암살롱에는 광장을, 자신의 생활 공간에는 밀실을. 이렇게 조화를 이룬 공간을 딛고서 여행자임에도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던 것이 아닐지. 


가끔 내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를 생각해 보면 나만의 공간인 '밀실'이 부재할 때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흔들릴 때 즉 '광장'이 부재할 때인 것 같다. 늘 두 공간의 조화를 꿈꾸지만 요원한 그 이상의 모습이 작가가 공들여 만든 집에서 보인다. 


  엄마 사람이 지쳐가는 이유는 뭘까? 하루 종일 나의 시간과 공간은 사라진 채 광장 속에서 타인의 부름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삶 때문이다. 오소희 작가의 '부암살롱'은 이상적 공간이다. 애정과 소속의 욕구를 해소할 뿐더러, 개인의 내밀한 은둔의 욕구까지도 충족시켜 준다. 부암살롱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 보자. 작은 공간이 되어도 좋고, 어떤 행위가 되어도 좋다. 엄마 사람이 아닌 진정한 '나'의 자리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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