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돌림노래 부르듯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요즘이다.
맛있는 것도, 즐거운 것도 없다.
7월 중순 입원한 지호가 퇴원해서 겨우 회복되고 있었고, 근 몇 달 큰 기침을 쿨럭이던 지안이도 거의 나아가고 있었다. 빛이 보였다.
근데 치료에서 열외가 되었던 지민이가 금요일에 열이 38도까지 오르며, 누런 코를 흘리고 기침을 무섭게 해댄다. 셋을 다 데리고 가 동네에 유명한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봤지만, 수고가 무색하게 다음 날 지안이는 그새 옮아서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한다. 지안이도 옮았다며 가슴을 치고 있었는데, 오늘은 지호가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한다. 여덟 살의 면역도 별 것 없다며 망연자실..
어제 지호에게 약속했던 근교 당일 캠크닉도 위약금을 물고 취소했다. 어제까지는 그래도 지호는 컨디션이 괜찮았고 둥이들이 매우 안좋았어서, 동생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짐까지 다 챙겨놓았으니 지호의 상태에 대해서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캠크닉 대신 가까운 키즈카페에서 두 시간 정도 뛰어놀았으니 위안이 되었으려나.
오늘 지호가 콧물을 흘려 면역주사도 맞을 겸 병원을 찾았다. 이때도 큰 걱정은 아니었다. 의사도 대수롭지 않게 비염끼만 조금 있는 정도라고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했으니. 오후 3시쯤 학원 보낼 때가 되고 난 방에서 둥이들을 재우고 있는데, 거실에서 5초에 한 번씩 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 난 또 무너진다. 이건 또 어떤 상황인가..지호는 학원은 문앞에서 발을 돌려 병원으로 향했고 오전에 받은 약이 무색하게 다른 종류의 약을 받아왔다. 이제 소아과 약이름을 대충은 알 지경이니 말 다했다.
실내온도가 너무 높은 건 아닌지, 집안 환기가 잘 안되는 건 아닌지..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아픈 게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지 걱정이 되어 남편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지만 답은 늘 모르겠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나는 늘 발생한 일로부터 알 수 없는 이유들을 찾아보곤 했다. 그리고 차라리 그 원인이 나의 사소한 행동이나 무지에 있기를 애타게 바라왔다.
쌓여가는 약봉투를 바라보며, 무엇보다 뜨겁고 아름다운 여름날을 이렇게 아픈 채로 쿨럭이는 내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아프다. 다음 주는 당장 내가 개학이라 출근을 해야 하는데,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할까. 지독한 몸살 끝에 다음 주에는 우리 집에 생기와 평화가 찾아오길..간절하게 바라본다. 지호의 빼앗긴 여름방학의 추억도, 앞으로 찾아올 행복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그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