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어준다는 것
"모모"
왠지 읽었을 것 같지만 안 읽었던 책.
이 책의 키워드를 두 개 꼽는다면 '시간'과 '관계'다.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채 내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를.
주인공 '모모'가 가장 잘하는 일은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느끼곤 한다.
남의 말을 온 마음으로 들어주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자신이 가진 시간을 아낌 없이 쏟아, 마음과 귀를 열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단순하고 쉬운 그 일이, 사실은 쉽지 않은 것이다.
모모가 가진 위대한 힘은 마법이 아닌, 바로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모모는 그렇게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27p)
"많은 일들은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모모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28p)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니까. 또 자기 시간을 지키는 것도 사람들 몫이지. 나는 시간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줄 뿐이다."(282p)
허름한 원형극장 터에 머무르는 모모.
그 아이의 곁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인다.
말주변 좋은 관광 가이드 기기(소위 MBTI 극E)
묵묵한 청소부 베포 (MBTI 극I)
서로 다른 두 사람도 모모를 통해 친구가 된다.
아이들도 그곳으로 모여들어 시간을 잊고 자신들만의 놀이를 한다.
회색 신사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을 노린다.
서서히. 전략적으로.
시간을 박탈당하면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내어 줄 마음의 시간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더 빨리, 더 많이..!
시간을 빼앗기면서 행복도 함께 빼앗기는 듯하다.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성취만을 향해 내달린다.
회색 신사들이 훔쳐 가려 했던 '시간의 꽃'.
우리 마음속 시간의 꽃은 시들지 않고 잘 피어 있을까?
회색 신사에게 빼앗긴 채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은 사람들.
책에 묘사된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모모의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참으로 크다.
명작이 명작인 이유.
내가 가진 시간의 꽃은 어떤 모습인가요?
우리 삶에서 '회색 신사'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회색 신사로부터 시간의 꽃을 지키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