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게는 새로운 고민이 하나 생겼다.
아이가 더 이상 내게 "같이 놀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는 어느새 네모난 스마트폰과 노트북 속 세상에 익숙해져 버렸다. 틈만 나면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엔 퇴근 후 노트북을 들여다보다가 아이의 흔적을 발견했다.
'제타'라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눈 것.
아이가 했을 법한 대화 중에는 간혹 욕설도 섞여 있었다.
내 앞에서는 한 번도 욕설을 한 적이 없는 아이가 가상 세계에서는 실제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본 것이다. 순간 아이가 낯설게 느껴졌다.
아이가 내 눈 앞에 있더라도 가상 세계 안에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이가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
이 책을 읽는 내내 흐릿했던 불안의 실체가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아이들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왜 우리 아이들이 이토록 불안을 겪게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활자로 마주하니 그 해악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스마트폰이 얼마나 아이의 수면을 방해하며, 사회성을 박탈하는지를 명확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남자 아이보다 여자 아이가 소셜미디어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점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다.
최근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봐도, 여자 아이들은 확실히 '융화성', 즉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많은 비중을 두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많은 부모가 현실 세계에서는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정작 가상 세계에서는 과소보호하는 실태를 꼬집는다. 아이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더라도 현실 세계에서 직접 부딪치고 경험하며 어려움을 극복해야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안티프래질 능력이 있다.” (117p)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와 조금 더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가상 현실의 접속을 끊고, 현실 세계에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며 아이의 시간을 '진짜 삶'으로 채워주고 싶다.
목수처럼 아이를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깎고 다듬으려 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단단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정원사'가 되어보려 한다.
지금, 아이의 스마트폰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