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손 내밀며 뿌리치며 가까워지는 듯 멀어지며

by 그라시아

제목이 주는 느낌이 참 좋다.

여름이라는 뜨거운 시간과 공간의 감각, 그리고 그곳에 머물러 있는 기억들. 현재와의 거리감까지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버지와 기하의 삶 속에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로운 사람들이 불쑥 들어오면서 생겨나는 갈등과 변화가 소설의 큰 줄기다.

갈등과 해소, 갈등과 이해가 아니라 ‘갈등과 변화’라고 말한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물들이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뾰족했던 기하는 조금 더 둥글게,

구김살 없이 밝았던 재하는 조금 더 뾰족하게.

(겉으로만 밝았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기하의 아버지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이혼 후에도 졸업식에 찾아가 사진을 찍어주는 마음.

아내의 전 남편에게 돈을 주고서라도 행복을 지키고 싶은 마음.


누구 하나 선하다고 칭송할 수도 없고, 누구 하나 어쩌면 그럴 수가 있냐고 탓을 할 수도 없다.

저마다 마음 난리를 겪으며 행복이라는 상태를 지키고자 애를 쓰고 있었다는 걸 서로는 다 알았을 것이다.


그 뜨거웠던 여름.

네 사람은 손 내밀며 뿌리치며 가까워지는 듯 멀어진다.

두고 온 여름이라는 제목에,

그들의 기억이 담겨 있다.


누가 이 편지를 받을까요.
재하야, 다정히 부르며 이마를 쓸어주는 아버지일까요. 희고 따듯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가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는 어머니일까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가만히 미소 짓는 형일까요.
누구든 그곳에서는 더이상 슬프지 않기를 바라며 오오누키 씨에게 편지를 건넸습니다. 미처 못다 한 말이 봉해진 편지를요.
-재하의 편지 중



누구보다도 무던하고도 고집스러웠던, 변화에 서툴었던 아버지가 DSLR을 장만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을 재하에게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고 온 여름'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무엇을 의미할까요?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인물들이 함께 했던 만 4년의 시간은 '슬픈 시간'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구글 에서 재하와 재하의 어머니를 발견한 기하가 재하반점을 찾아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혹시 여러분에게는 특정 시공간에 놓아둔 아픈 기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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