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먼지를 털어내야, 내 안의 햇살이 들어온다
- 나도 모르게 고여 있던 것들
서른이 넘어서면서부터일까.
예전 같으면 웃어넘겼을 일들이
자꾸 마음에 고이기 시작했다.
일에 몰입하는 걸 즐기던,
자칭 ‘일 중독'였던 나는
회사 중심의 삶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점점,
주변 사람들의 말투, 눈빛, 태도에 예민해졌다.
욕심도 생기고, 책임이 커질수록
그 예민함도 함께 자라났다.
매일 눈치를 보며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그 무게는 어느새 독처럼 내 안에 쌓였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 는 말을 되뇌며 버텼지만
상처가 깊어질수록
사람을 피하고 싶고,
말수가 줄고,
퇴근 후에도 마음이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내 사회적 가면은 점점 더 두꺼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야근 중 갑자기 귀에서 '삐 -" 소리가 들렸다.
눈앞에 하얘지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진단명은
스트레스, 자율신경계 이상, 갑상선 문제.
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제 좀 멈춰. 네 마음, 너무 오래 밀렸어."
며칠 후 주말,
청소기를 돌리다 소파 밑에서 먼지 뭉치를 보는데
문득 울컥했다.
"나도 이렇게
마음 구석에 먼지를 쌓아두고 살았던 건 아닐까?"
- '최고'라는 가면을 벗기까지
그제야 알았다.
감정도 주기적으로 청소해줘야 한다는 걸.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말일지 몰라도
그때의 나에겐,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오래전 친구가 추천해준 어플을 통해
처음으로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담 선생님의 마지막 한마디에
그만, 눈물이 쏟아졌다.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해요.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회생활 내내 나는
'최선'을 넘어 '최고'를 증명하려고 애썼다.
#책임감
#성실함
#뭐든_결국_해내는_사람
이런 말들이 나를 증명해줄 거라 믿었고
그래서 가면은 더 두꺼워졌다.
그 안의 진짜 나는, 점점 더 희미해졌는데.
이제서야 떠오른다.
대학 시절 교수님의 말.
“눈치는, 네가 스스로 보는 거야."
그래,
나는 늘 남의 시선에 맞춰 살며
나를 위한 인생은 오래도록 미뤄왔다.
회사라는 세트장에 입장하면
'이사원', '박대리', '김차장'같은 역할을 수행하느라
내 이름, 내 감정, 내 삶은 점점 뒤로 밀렸다.
- 나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비우는 법
그렇게 내가 고른
마음 청소 도구는 '상상'과 '일기'였다.
MBTI가 N 인 나는 이렇게 했다.
1. 눈을 감고, 커다란 쓰레기통을 상상한다.
2. 불편했던 감정들을 종이에 적는 상상을 한다.
3. 그 종이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휙—' 던진다.
4. 쓰레기통 자체를 발로 꽝! 차거나 흔들기도 한다.
5. 마지막으로 실제 일기장에 남은 감정을 쓴다. 마치 먼지를 걸레질하듯, 조용히.
어떤 날은 속이 시원하고,
어떤 날은 여전히 찝찝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조금은 환해진다.
"찝찝한 건 내일 또 청소하지 뭐!
우선 오늘 청소는 끝!"
사람에게 기대는 것도 좋지만,
결국 오래 유지되는 건
나 자신을 신뢰하고
내 마음과 대화하는 능력이다.
- 방치하지 않는 것이 회복의 시작
한번 미웠던 사람이
상상 속 쓰레기통에 들어갔다고 해서
갑자기 좋아지진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마음을 방치하지 않는 일.
감정도, 관계도, 마음도
쌓이기 전에 털어줘야 한다.
청소처럼,
'주 x회' 정기적으로 하는 게 회복의 핵심이다.
그게 바로
나를 살리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주도
나는 다시 청소기를 꺼낸다.
청소기처럼, 내 마음을 한 번 싹— 비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