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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숙 May 30. 2017

물건 이야기 #1/2

물건과 소비, 그리고 노동 이야기


물건과 소비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 - 애니 레너드)'라는 책이 있다.

수십년간 물건의 생애를 추적하여 기록한 책이다.

페트병이나 면 티셔츠 같은 주변의 흔한 물건들이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과정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맥락이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으로부터 천연자원을 추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환경이 파괴되고 노동력이 착취되며 심지어 아이들의 인권이 유린된다.


추출된 자원은 몇번의 가공과정을 거친 후 물건을 만드는 공장에서 쓰여진다.

대량으로 물건이 쉴새없이 만들어지는 동안 다양한 오염 물질이 물과 공기중으로 지속적으로 배출되며 공장 주변의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위협한다.


비로소 '상품'이 된 물건은 몇배의 가치로 포장된다.

글로벌한 유통 시스템은 화석연료를 끊임없이 태우며 국경을 초월한 루트로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상점에서 사람들의 '원하던' 상품이 되어 매일매일 팔려나간다.


그러나 물건은 놀랄 만큼 짧은 시간 동안 사용된 후(물이 담긴 페트병은 몇분이면 충분하다) 곧바로 버려지거나 집안 어딘가에 처박혀 오랫동안 잊혀져 있다가 우연히 발견된다.

그리고 새 물건을 들이기 위해 주저없이 버려진다.


버려진 물건은 이제 '상품'에서 '쓰레기'가 되었다.


다행히 중고품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 가거나 지극히 일부분이 리사이클링 과정을 거처 이전과는 다른 물건으로 재탄생 하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극히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대부분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공장에서 소각되거나 심지어 땅속에 묻히기도 한다.

그러나 소각을 통해서도 그 잔해가 공기나 땅속에 남아있게 된다고 하니 

우리가 사들인 '물건'은 한번 만들어지면 결코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상점에 수북이 쌓여 있는 수십만 가지의 물건들.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언제든 손쉽게 가질 수 있는 물건들에는 보이지 않도록 감춰진 불편한 진실들이 상상 이상의 스케일로 숨겨져 있다.

'물건 이야기'의 저자는 그 과정과 연결고리들이 너무도 복잡해서 그 어느 것도 물건의 생애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서 완전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무언가를 사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이 물건에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모든 노력, 그리고 물건값을 버느라 내가 일해야 하는 시간, 이것들을 다들일 만큼 그 물건이 가치가 있는가? 사지 않고 친구에게 빌릴 수는 없는가? 라고.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다.


적은 비용으로도 손쉽게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거의 대부분 일일이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쓰던 때보다 물건의 가치가 훨씬 못한 것이 되어 버렸다.

윌든의 작가 소로우처럼 또는 법정 스님처럼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며 사는 것이 오히려 큰 도전이 됐다.


개인의 개성을 고려한 다양한 필요와 선택의 기준,

그러나 그 필요와 선택의 기준은 집요하고 치밀한 상업적인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오염되어 버렸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더 근원적인 의심과 물음이 필요해졌다.


자본주의 경제는 '행복한 삶'과 '소비'를 교묘히 연결시킴으로써 소비를 통해 행복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신기루를 만들어냈다.

다가가면 사라지는 이 신기루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울증을 유발시키고 있지만 그 우울마저도 소비라는 진통제를 통해 잠시 잊을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continued to prolog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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