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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숙 May 30. 2017

물건 이야기 #2/2

노동과 시간, 그리고 일상. 다시 '물건' 이야기


소비와 노동


보통의 사람들에게 소비는 늘 노동을 수반한다.


노동을 통해 경제력을 확보하고 그 힘으로 소비를 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이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시간 속에 얼마 만큼의 비중으로 자리하게 할지 선택해야 한다.

노동은 여유로운 자유로움보다는 육체적, 정신적 노력과 집중을 요구하며 그 시간은 오직 노동에만 종속적이어야 한다.

이는 결국 노동이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차지하게 놔둔다면 우리의 삶 대부분이 종속적이며 여유가 없는 시간들로 채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과 시간


타임 푸어. 

몇년간 대한민국 사회의 일면을 묘사하는 의미로 인용되는 단어 '타임 푸어'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 모두가 함께 치닫는 치열한 경쟁과 그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매일 매일 부족한 시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타임 푸어라고 한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 중에서도 유독 대한민국에서 시간의 빈곤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멀리서 그 모습을 찾을 것도 없을 것이다. 나와 주변의 라이프스타일을 되짚어 보면 타임푸어의 전형적인 일상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시간의 빈곤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는 견고하게 고착화된 외부 환경적 요인과 심리적인 내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정말로 잘 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라는 의심이 곳곳에서 들려오긴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처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부를 확보하기 위해 밤낮으로 시간의 빈곤에 시달리는 일상의 흐름을 깨트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한한 경제력이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쉽게 깨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부를 어느정도 소유한 사람들이 물질과 부가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방식을 바꾸려고 하는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 아니니 부를 소유한 이후에 삶의 방식을 바꾸기엔 삶은 너무나 제한된 시간이다. 




시간의 빈곤은 아이러니하게도 절대적인 부나 절대적인 빈곤의 양극단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유로운 일상은 부의 상징이면서 또한 사회의 경제적 시스템에 소속되지 못한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것이다.


최근엔 시간의 빈곤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참고 견뎌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삶의 모습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경제 활동의 방식과 삶의 터전,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하며 스스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개척해 가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사회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기업과 정부의 미온적 정책과 같은 외부적 상황은 확실히 힘든 장애물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선택한 삶의 가치가 혹시 시간의 빈곤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는것은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갈망한다면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시간과 일상


늘 머무는 공간과 늘 사용하는 물건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


주변을 둘러보자.

바쁘고 복잡한 일상을 더디게 만드는 일들을 최대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물건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물건을 선택할 때 가능한 한 시간을 절약해주는 기능을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았는가?


그렇게 절약한 시간은 어디로 간 것일까?

혹시 모모의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기고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시간은 절약해도 되는 시간들 이었을까?



물건의 가치는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시간의 질'로 평가되어야 한다.

나의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것에서 얻는 만족과, 여유롭고 편안하게 누리는 충분한 시간,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풍요로운 일상이다.


일상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일상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자기다움의 취향이 가진 향기로 채워야 할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의 '시간' 이다.


여유있는 자유로운 삶은 인간이기에 반드시 지켜내야 할 존엄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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