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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건축가 Mar 31. 2019

트윈세대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의 자세

[공간 만들기] EUS+건축,   Room이 아닌 Territory로 

[공간 만들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이 아빠건축가로서 아이들의 생각을 건축가의 지혜로 해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트윈세대의 잠재성과 다양함을 고려한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트윈세대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의 자세


이전에 없었던 성격의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건축가에게 큰 도전이면서도 아주 매력적인 일입니다. 특히나 민간이나 상업적인 공간이 아닌 우리나라의 공공 기관에서 이러한 장소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공공에서는 ‘선례’를 묻기 때문입니다. 선례는 결과치를 쉽게 예상케하여 자칫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기도 하고 고민하지 않음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건축가라면 이전과 같은 모습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창작의 욕구에서 비롯되기보다는 모든 상황과 지역, 무엇보다도 그곳을 이용할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어른들이 모여서 이러 저러한 방법으로 고민을 하고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여 분석을 해 냅니다. 건축가인 저희들, EUS+건축은 그것을 포함하여 그 ‘사람’들이 아직 상상해보지 못했던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참여 워크샵을 디자인 합니다. 저희가 이해하는 그 ‘사람’들을 한두가지 경향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이해가 그 세대 전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 장소에 올 그 지역의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이 만드는 공간도 다른 지역, 다른 경우를 위한 또다른 ‘공간의 물리적 사례’가 되지않기를 바랍니다. 대신 이런 공간의 구상을 진행하는 과정의 한가지 좋은 사례로 남는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까페같은 공간? 다락같은 공간? 도서관같은 공간?


도서관과 공공공간들을 둘러보고 나서


새로운 성격의 공간이지만 분명히 ‘도서관’이라는 범주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어린이나 청소년 도서관 공간을 이야기 할 때 흔히 ‘카페 같은 공간’이 좋지 않는가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어서 기존의 도서관 혹은 청소년 공간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여겼습니다. 그런것에 대해서 비평적인 시선으로 읽어냈을때 ‘새로운’ 세대인 ‘트윈’세대에 대한 새로운 공간을 ‘카페 같은’ 것 보다 더 설득력있게 제안 할 수 있겠지요. 

2017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던 수원의 칠보청소년문화의집을 먼저 방문해보았습니다. 

나즈막한 박공지붕의 중첩으로 마을처럼 이루어진 외관이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1층과 2층을 가로지르는 grand stair를 둔 것이 큰 특징 중 하나였고, 청소년들을 위한 댄스연습실, 노래연습실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최근 새로이 생겨나는 공공 공간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특히 코인노래방의 경우 청소년들이 저렴한 가격에 틈틈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으로 즐겨 찾고 있는데 이러한 시설이 유흥가 안에 있어 범죄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청소년을 위한 공공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경기도권에 최근에 세워진 또 다른 공간, 광교푸른숲도서관과 광교홍재도서관, 내숲도서관도 실내에 큰 계단을 두고 실 구조로 공간을 구성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도서관 혹은 서점의 많은 경우에 큰 계단식 스탠드 공간이 눈에 띄는 요소인듯 합니다. 이는 층과 층사이를 바닥판으로 구분 짓는 것보다 훨씬 입체적인 공간감을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겠습니다만 이또한 어디나 있는 계단식 공간으로 다가오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이 놓인 목적과 방향,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 처리가 함께 했을 때 더 의미가 있겠습니다. 


칠보청소년문화의집에서의 계단식 스탠드 공간은 지형의 고저차를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며 상부와 하부 모두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하고있고 충분한 자연광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그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칠보청소년문화의집, 계단식 공간은 맥락에 맞게 잘 쓸때 더 빛난다. 사진: 지정우 

아울러 최근 ‘다락 같은’ 공간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주택 설계를 할 때 이야기 되던 ‘다락’이 공공공간, 특히 책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일종의 전형처럼 이야기 되곤 합니다. 아이들은 ‘아지트’ 같은 공간을 좋아한다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다락방 같은 공간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정말로 다락 같은 공간을 만들어만 주면 좋아하는 것일까요. 그것을 좋아하더라도 공공공간에 다락과 같은 작은 공간들을 쪼개서 넣어주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일까요. 우리는 트윈세대의 선호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야 할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그래야 반복된 전형들로 채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겠지요. 

국내 최초로 혹은 세계 유일일수도 있는 트윈세대를 위한 도서관을 만드는 이번 프로젝트는 공간을 구분하는 방식과 공간을 채우는 요소들의 전형성에 의문을 가지는 단계로부터 시작하여 새로 유형의 공간으로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이태원 블루스퀘어의 서점, 다락이 있긴하지만 마감이 무척 거칠어 불안해 보인다. 사진: 지정우

공간과 공간 아닌 것의 연결


그 다음으로는 경남 창원 지혜의 바다를 찾았습니다. 지혜의 바다는 경남교육청에서 학교 실내 체육관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었습니다. 천고가 아주 높은 체육관의 3면 가득 서가로 채워, 규모가 주는 스펙터클함이 인상깊었습니다. 규모가 큰 공간 안에 작은 발코니와 같은 포켓공간들을 이곳 저곳 배치하여 다양성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지역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원래 공간이었던 체육관의 공간적 특성을 잘 살리는 것에 주안점을 둔 듯 보였습니다.

지혜의 바다, 책을 스펙타클의 풍경으로만 사용. 사진: 지정우

포항의 포은도서관은 1층부터 4층까지 뻥 뚫린 아트리움을 로비에 두었는데, 도서관의 운영 프로그램과 연계성이 적어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크게 오픈된 공간은 청소년들의 창작욕구를 발휘할 수 있는 너른 마당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해보였습니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과 공간 아닌 것을 만드는 사람들간의 소통과 연결이 도서관 건축에서는 특히나 중요할 것입니다. 

포은도서관, 비워져있는 중정은 이벤트 공간만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가. 사진: 지정우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 


전주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 도시입니다.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청년들의 상업, 문화 활동이 활발한 곳이죠. ‘청년’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는 시기라면 트윈세대는 이러한 시작을 준비하는 시기이며, 이를 도와주는 공간이 바로 트윈세대를 위한 도서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창의적인 탐험을 위한 정거장이자, 탐험 그 자체가 되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EXPLORATION을 위한 STATION
EXPLORATION을 떠나는 SPACE


이러한 탐험 공간을 트윈세대와 함께 만들어가보면 어떨까요? 도서관 관리에 참여하며 주인의식을 기르기도 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 친구들이 큐레이션 한 책으로 서가의 일부를 꾸려볼 수도 있을겁니다. 함께 탐험지도를 그려보는 것처럼요. 


ROOM이 아닌 TERRITORY


각자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트윈세대를 위해 각종 ‘실’을 만들어 칸칸이 나뉘어진 공간을 제공해준다면 아이들의 개인적인 관심사는 반영할지라도, 이를 담아내는 그릇은 여전히 권위적인 것 아닐까요. 이미 ‘층’으로서 충분히 구분되어 있는 공간을 다시 꽉 막힌 ‘칸‘으로 분절시켜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또한 도서관은 공공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공공공간을 함께 점유하며 쓰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때로는 의견도 교환하는 하나의 사회여야 하며 유튜브실, 코인노래방실, 컴퓨터실 등 필요한 기능 하나씩을 넣어 ‘방’을 만들어주는 것은 그러한 측면에서 맞지 않습니다. 어쩌면 현재 존재하는 많은 공공공간들이 그렇게 만들어진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미끄럼틀이 없고 그네가 없고 시소가 없는 놀이터를 만들어왔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공간을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향유하고, 때에 따라 주도권을 갖기도 하는 사회적 공간이었습니다. 건축적으로 거대한 풍경을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섞이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트윈세대를 위한 도서관은 분절된 ROOM이 아닌 풍경과도 같은 TERRITORY가 되어야 합니다. 

방들의 구분보다 영역의 흐름으로, eus+건축의 초기 여러 생각 중 하나

요즘 애들 요즘 공간


좋은 코치같은 공간

Z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다원주의’라고 합니다. 스스로 조직해서 주체적인 방식으로 학습해나가는데에 훨씬 익숙한 아이들입니다. 이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삶의 방식을 포용하면서도, 공간의 활용과 그 속에서의 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들이 마련되어 창작 탐험을 써포트하는 좋은 코치같은 공간이 트윈세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판단하지 않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물어보면 ‘어른들에게 간섭 받지 않는 공간’, ‘자기들만 있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안락한 공간’을 꼽습니다. 언뜻 들어봐도 쉽게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안락한 공간’이 대체 무엇일까요? 왜 안락함을 원하고, 어떤 안락함을 뜻하는 것일까요? 이 지점에서 바로 공간의 운명이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트윈세대를 위한 도서관을 만드는 과정은 그들의 꿈을 분석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그 이면의 마음을 해석해나가는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입니다.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서민우 소장, 지정우 소장, 이소림 매니저의 대화를 이소림 기록하다

I 이유에스플러스건축 홈페이지: www.eusarchitects.com  

I 이메일: eus@eusarchitects.com

I 이유에스플러스건축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usarchitecture

I 놀이공간과 다음세대 공간 이야기: https://blog.naver.com/eusplus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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