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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Sep 18. 2016

[영화리뷰]최악의 하루

김종관 감독 작품. 한예리, 권율, 이와세 료, 이희준 출연. 
영화 도입부와 결말부를 수놓는 이와세 료의 나래이션으로 인상깊게 시작하는 영화에요.(이 부분은 아래에 부연설명하도록 할게요.) 
극중 일본 소설작가로 나오는 그는 항상 비극적인 결말만 쓰는 작가입니다. 
팬들조차 왜 주인공한테 그렇게 잔인하냐고 할만큼 비극만 그리는 그는 관객만을 위한 소설을 써왔을 뿐, 주인공의 입장에서 아니 정확히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써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한국 단편소설 출판사인회를 위해 남산 공원길 쪽으로 방문온 그가 힘들게 길을 찾던 중 그를 친절히 안내해주는 한국인, 한예리. 
이렇게 영화는 시작됩니다. 
한예리는 극중 배우지망생으로 과거 잠깐 만났다 헤어진 남자(이희준)와 현재 만나는 남자(권율)사이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 여성이에요. 그 스스로 장래가 불투명한 것에 더해 자신을 제 편한대로만 취급하고 자신의 이야기와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이와세 료를 만나는 과정까지 단 하루안에 그려지는데요. 
흡사 실제상황이라 느껴질 정도로 악재가 겹치지만 개연성 있는 전개와 현실적인 이야기, 감성적이고 공감이 가는 사연이 더해져 어느 순간 몰입하며 보게 됩니다. 
해피엔딩의 글을 쓰기 원하는 이와세 료가 최악의 하루를 맞은 한예리와 만나 서로 영어로 거짓과 가식없는 이야기를 하며 사소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진실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성장합니다. 
이와세 료는 해피엔딩의 영감을(도입부와 결말부에 나오는 나래이션), 한예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순수히 그녀를 알려하는 이와세 료에 의해 작지만 희망과 힘을 얻습니다. 
남산타워와 그 근방 거리를 배경으로 낮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어찌보면 비포선라이즈가 생각나는 배경이지만 둘만의 로맨스가 아닌 전혀 상관없는 두 명의(오히려 그렇기에) 외국인이 다른 언어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교환하며 회복되어가는 과정. 
서로 갇힌 환경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를 잘 알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가식과 허언으로 도배되어 진심을 전할 수 없는 모순적인 현실을 생각하게 해준 영화입니다. 
어쩌면 저도 제 주변 사람들과 서로가 너무 잘 알기에 진실할 기회와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닌지, 그래서 오해와 매너리즘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이해하길 포기하고 허무를 느끼며 멀리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각할 거리를 자연스럽게 던져주는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P.S : 마크 선생님의 영어프리토크 시간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외국어 프리토킹을 할 때 제일 좋은 점이 거짓말을 하기 힘들기에 진실될 수 있다는 점,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추천리뷰 : https://brunch.co.kr/@jongkwankimnr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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