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여친에게 보낸 첫 선물의 추억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봤다.
내 눈에는 누구보다 예쁘고 귀한 친구라 어떻게든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어느 날 출석부에서 그녀의 생일날짜를 보았고 그 날을 기다리며 멋진 선물을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용기있게 준비한 선물을 멋있게 건네줄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나 말고도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하나씩 선물을 주었다.
손거울, 만년필, 손수건, 향수, 다이어리, 필통 등등...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던 내 선물은 이미 다른 인간이 줘버려서 나로서는 그 선물을 그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녀의 머릿속에 꼭 기억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사서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 정작 나는 그녀의 취향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자책하게 되었다.
고민하다 시간은 계속 지나고 좀 있으면 하교할 시간이 다가왔다.
어떡하지 생각하다 불연듯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나는 부랴부랴 문방구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지막 쉬는 시간 때 그애에게 선물을 주었다.
내가 그녀에게 준 선물은 명찰과 체육복, 실내화, 그리고 교과서였다.
그녀가 놀란 얼굴로 이게 뭐냐고 묻자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봤다고 얘기하는 그녀에게 나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좋아하는 걸 사주는 것도 좋지만 선물을 받는 사람이 어떤 상황이 찾아와도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선물을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좋은 것들은 계속 바뀌고 필요로 하는 순간이 많지 않지만
나쁜 것들은 항상 나쁘고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까.
그래서 이걸 선물로 주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니가 혹시 명찰을 잃어버리면 내가 준 명찰이 너를 선생님으로부터 구해줄 것이고
니가 혹시 체유복을 집에 놓고 오면 내가 준 체육복이 너를 수업에 무사히 출석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고
니가 혹시 책을 잃어버리면 내가 준 교과서가 니가 무사히 공부하게 도와줄 것이니까.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한 내가 한편으론 기특하게 생각된다.
나의 선물이 그 임무를 다 했을지, 한번도 사용되지 못하고 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설령 나의 선물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나는 슬프지 않다.
왜냐하면 그녀가 중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동안
내 선물들은 그녀를 불안으로부터 보호해주었으니까.
내 선물에, 추억에,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해준 그녀에게,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오래 전 기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