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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Oct 17. 2016

[영화리뷰]죽여주는 여자

다큐와 예술영화의 어느 지점에 있는 영화. 그 모티브가 실화인 박카스 할머니와 노인 살인공조 사건을 결합시킨 이야기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종로구 일대에서 박카스를 미끼로 매춘을 하며 하루 살 돈을 벌어가는 소영(윤여정)은 철저히 수동적인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미군부대에서 양공주로 일하며 돈을 벌며 몰래 낳은 자식을 입양보내는 등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한번도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며 극복하려 노력해본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이건 아닌 줄 알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철저히 현실에 순응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을 이어갈 뿐입니다. 여기까지만해도 그 개인만 불행할 뿐 다른 이까지 불행해지지 않을텐데 이 캐릭터는 'No를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도와달라고 하면 이유도 방법도 없이 그냥 도와주고 맙니다. 심지어 길에서 엄마잃은 아이를 보아도 부모를 찾아주려하지 않고 무턱대로 집으로 데리고올 정도로 생각의 폭이 짧은 사람입니다.
아무 능력도 없고 연고도 없는 소영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딱 두가지. 매춘과 자살공조입니다. 불치병에 걸린 노인, 경제난에 자살을 원하는 노인, 삶의 허무를 느끼는 노인들은 차례로 소영에게 자신을 죽여달라, 자신이 죽을 때 같이 있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소영은 언제나처럼 No를 하지 못해 그들의 죽음에 기여를 하고 맙니다. 그렇게 그녀는 비의도적으로 살인을 조장한 죄인이 되고 그렇게 또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불쌍하다기보다는 어리석은, 어리석다고만으로 얘기하기엔 공감이 가는 소영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저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와 조직, 문화, 국민정서 등을 핑계로 '이건 아니잖아.'라는 말을 못하고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렵겠지만 처음에 용기를 내어 No를 했으면 쉽게 극복했을 상황을, 한번이 두번이 되고 계속 반복되면서 자기합리화하며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진 않았는지.
'다세포소녀','두근두근 내인생','스캔들 남녀상열지사'를 만든 이재용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재용 감독은 상업성 짙은 영화보다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예술영화가 더 맞는 옷인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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