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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Nov 05. 2016

[영화리뷰]무한대를 본 남자

천재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 또 다른 천재수학자인 앨린 튜링의 전기영화를 연출했던 맷 브라운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실존했던 인도의 수학천재 라마누잔을 다룬 첫 영화입니다. 주연배우는 슬럼독 밀레니어로 유명한 데브 파텔과 배댓슈의 알프레드, 제레미 아이언스입니다. 데브 파텔이 라마누잔, 제레미 아이언스가 그의 유일한 멘토인 G.H 하디를 맡았습니다.

라마누잔은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평가받는 인물로 인도의 최하급 계층인 브라만 계급 출신입니다.(브라만은 당시 인도에서는 가축 이하의 취급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하여 제대로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집구석 어딘가에서 찾아낸 수학 공식집을 읽으며 독학으로 수학을 배웠습니다. 여러 상을 받고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등의 재능이 있었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대학을 중퇴하고 회계사 일을 하게 됩니다.

영화의 시작은 바로 이 시점부터입니다.

스무살 이전 자신이 홀로 연구했던 수학노트를 갖고 일자리를 찾아다니다 힘들게 회계사 보조업무를 구하게 된 라마누잔. 그의 상사는 라마누잔의 재능을 간파하고 그가 정리한 노트의 일부를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들에게 보냅니다만 대부분의 수학자들에게 무시를 당했습니다.

이는 라마누잔이 수학변방국이자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 출신이라는 점도 있지만, 제대로 학습받지 못한 라마누잔이 정리한 수식이 설명도 제대로 없는 알 수 없는 정리만 적은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수학자에게 무시당했으나 영국의 수학자 G.H 하디만이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영국으로 초빙합니다.

라마누잔의 천재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으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수학적 증명과 구술의 빈약한 점을 하디는 간파하고 그를 캠브리지 대학에 입학시켜 정식공부를 하게 도와줍니다. 당시 결혼도 했고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라마누잔은 자신의 증명이 출간되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에만 집중했기에 하디의 이런 요구를 내심 못마땅해했으나 오일러와 뉴턴 이상의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라 자신을 격려하고 도와주는 하디의 진심에 감동하여 정식 공부와 증명에도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영화는 라마누잔의 천재성 연출은 다소 밋밋하게 표현하거나 몇 가지 장면으로 생략합니다. 대신 라마누잔의 개인사와 심리, 상황에 집중하며 힘든 상황과 가치관의 충돌에서도 절충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이미 완성된 천재 캐릭터이기에 그의 입장에서는 자기 수준 이하의 작업들(증명과 공부)을 하는 것에 시간낭비라 생각한 것은 이해가 갑니다. 허나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 하더라도 보편적,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증명되고 서술되어야만 그 결과물은 다른 사람에게도 읽히고 학습되어 또 다른 정리와 연구를 낳고 그것이 학문으로 발전하는 법이지요.

하디는 라마누잔이 홀로 뛰어난 천재로 사라지지 않기를 원했고, 그렇기에 그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그가 단순한 엘리트가 아닌 뉴턴과 오일러에 버금가는 창조적 소수로 거듭나도록 돕습니다.

영화에서는 영국 왕립과학원 도서관에 하디가 라마누잔을 데려가서 '언젠가 너의 노트가 이 곳에 비치되길 원한다. 뉴턴의 프린키피아와 같은 위치에서 말이야.'라는 대사로 설득하죠. 그제야 라마누잔은 자신의 기질과 욕심을 억누르고 수학자 거듭나는 길을 택합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상황, 채식주의자이기에 정상적인 영양공급이 힘들었던 점과 풍토병, 외국인이기에 받았던 차별 등이 더해져 라마누잔은 요절하고 맙니다.

하디가 자기 일처럼 노력하여 생전에 정식으로 영국 왕립과학원 멤버로 그를 등록시키지만 그후 불과 1년만에 죽죠. 라마누잔의 죽음과 그가 수학사에 기여한 점을 소개하며 영화는 끝납니다.

이 영화는 90분 남짓한 짧은 상영시간 동안 라마누잔과 하디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라마누잔의 일대기 전부를 그려내기에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임팩트있고 박진감 넘치는 내용보다는 라마누잔이라는 개인의 심리와 인생에 집중하고, 그의 멘토 하디를 통해 서로가 조화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 비중이 거의 대등하기 때문에 라마누잔만큼이나 하디의 성격과 행동에 대한 내용이 영화속에 녹아들어 차라리 라마누잔에게 집중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낫지 않았냐는 평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마누잔과 하디를 아는 관객에게는 이 영화는 인상깊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백과사전과 수학사에만 기록되어있는 수학자 라마누잔과 하디의 인생, 변화, 기여를 영화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이 정도 수준의 작품으로 뽑아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천재의 일대기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시대극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추천드립니다.

라마누잔 실제 사진

G.H 하디 실제 사진


P.S 1 :

영화나 문학에서 표현되는 대부분의 천재들은 이 라마누잔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천재를 구성하는 키워드에는 크게 창조성, 다재다능, 직관력이 있습니다.

이 중 짧은 시간내에 불특정다수에게 시각적으로 강렬한 어필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직관력인데 라마누잔은 직관력에 있어서만큼은 인류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굿윌헌팅'의 윌이나 일드 '갈릴레오'의 유카와 마나부, 영드 셜록 등 수많은 작품의 천재들이 수식을 남발하며 마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듯 답을 추론하는 과정은 전부 이 라마누잔에게서 모티브를 받았습니다.

다른 천재들인 피타코라스나 가우스, 오일러는 오랜 고찰과 연구, 증명 끝에 영감이 더해져 새로운 정리를 발견하는 반면, 라마누잔은 머릿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수식을 쓰면 그것이 세상에 없던 정리가 되었던 것이죠.

혜성처럼 나타나 독특한 천재성을 발휘하다 서른두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그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캐릭터만큼은 수많은 창작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P.S 2 :

그의 멘토 하디는 자신의 최고 업적을 라마누잔을 발견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수학자로서의 재능을 점수로 매기면 자신은 25점, 자신이 키워낸 제자 리틀우드가 30점, 당대 최고의 수학자이자 수학정리의 이정표를 세운 혁명가 힐베르트를 80점이라고 한다면 라마누잔은 100점 만점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당시 힐베르트의 평가는 현재로 따지자면 수영계의 펠프스 급 이상인데 라마누잔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엄청난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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