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을 돌아보다

by 병아리 팀장

친한 출판사 편집장님께 그동안 써온 글에 대해 의견을 구하였다.
그 동안 틈틈이 써온 에세이와 일기, 그리고 3년 전 썼던 글을 보여드렸다.
다소 창피하고 불편한 맘이 생기더라도 믿을 수 있는 좋은 분께 보여드리면 나 혼자선 찾을 수 없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의 말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었다.

그 분께서 말씀해주신 나의 문제점은...
첫째, 독서량이 많이 부족하다. 일년에 최소 200권 이상은 읽어야 작가가 될 문장, 표현력, 구성 능력에 대한 밑천이 생기는데 한 해 독서량이 20권 약간 넘는 나는 기본적인 준비부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확실히 나의 글은 글을 많이 읽거나 써보지 않은 사람처럼 서투르고 투박한 면이 있는데 이 부분이 글을 여러번 써서 해결되는 것보다는 남의 글을 많이 읽고 살피는데서 해결된다는 말씀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둘째, 독서 방법에 문제가 있다. 나의 경우,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속독과 발췌독을 주로 하는데 이 방식으로는 좋은 작가의 유려한 문장이나 표현능력,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교훈을 얻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기에 앞으로 읽을 책들에 대해서는 정독과 훈독, 여러번 다시 보는 재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편집장님께 들은 내 글의 문제점을 듣고 나니 단순히 나의 필력 부족이 아닌 내 개인의 기질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성격을 얘기하자면...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하다. 목표 지향적이고 앞으로 나가면서 여러가지 이슈와 난관에 대해서는 묵묵하게 버티며 앞으로 밀치며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나의 크고 작은 실수,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일이 진행되면서 자연 교정이 될 것이라 믿고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스타일이다.)
이런 기질의 경우, 자신이 밟아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내가 밟아온 길이 바로 나 자신이며 나의 작품이 되는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한 복기가 전혀 없다. 한다 하더라도 '아, 저러면 안되겠군' 정도의 반성 아닌 반성만 있을 뿐이지, 다시 하나하나 수복하며 일궈가는 것을 귀찮아한다.

이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는 것이 어렸을 때의 실패경험(?)이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님의 권유로 바이올린을 배웠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 대학시절을 거쳐 회사에 다닐 때까지 바이올린을 틈틈이 연습했지만 나의 실력은 중학교 2학년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구간연습 부족이다. 나는 한 곡을 완주하는 것에만 몰입하여 내가 자꾸 틀리는 부분에 대한 연습을 매우 등한시하였다. 선생님이 레슨 때 그렇게나 틀리는 부분에 대해 반복 연습할 것을 지적해주셨는데 그것을 무시하고(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다. 숙제내주신 것만큼은 확실히 하였다.)내 기분에 취해서 곡을 완주하는 것에만 몰두하였다. 그 결과,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실력으로 계속 머물게 되었고, 그토록 원했던 대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는 결국 입단하지 못하였다. (동네 사립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세컨드 바이올린을 전전하다 결국 완전히 손을 놓게 되었다.)
글쓰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 자신이 쓴 글을 다시 보지 않고 다시 고치지 않으면서, 마치 배설물인 마냥 버리고 앞으로 쓸 글에만 집중한다면 과연 내가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에 깊이 감사하게 된다. 글쓰기라는 습관을 통해 나 자신을 조율하고 나의 부산물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다듬어갈 수 있으니. 글쓰기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

많음은 작은 것이 모인 것이라고 한다. 작다고 천하게 여기지말고 내가 하루하루 써놓은 것들에 대해 다시 보고 되새기며 한걸음씩 천천히 나가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너무 앞만 보고 가지 말고 그동안 지나온 길을 다시 일구며 나아가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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