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 아버지와 34살 아들의 티격태격 동거일기
나와 아버지는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다.
거의 대부분 나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나기는 하지만 딱 한가지, 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상금이다.
내가 대학다니던 시절에 돈이 별로 없어 늘 잔고에 허덕이던 것을 보다못한 어머니께서 본인이 아버지에게 받은 가족카드를 나에게 주신 것이다. 그 카드는 한달 한도가 30만원밖에는 안되지만 그래도 당시 나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이 큰 힘이 되는 것이었기에 절실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곤 하였다.
여자친구와 비싼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거나 경마공원에서 승마를 할 때, 에버랜드 사파리를 갈 때, 유람선을 탈 때, 비싼 미장원에서 파마를 할 때, 좋은 옷을 살 때 등 평소의 내 재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때 아버지의 가족카드는 나에게 큰 힘이 되곤 하였다.
더구나 우리 가정의 카드 사용내역은 모두 어미니가 관리하고 계시기 때문에 아버지는 설마 내가 본인의 경제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에 대해서는 꿈에도 모르고 계셨다. 그렇기에 늘 나는 아버지에게 당하면서도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잽을 날리며 꾸준히 내 이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될 줄 알았는데 한 가지 변수(정확히 재앙)가 생겼고 나는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그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카드정보 유출사고 이후로 모든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원소유자에게 문자 알람이 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모르고 당시 사귀던 여성에게 햇볕정책을 시전하고 있었는데, 그 때 사용한 금액이 한번에 맥스 한도인 30만원에 달했다. 아직 사야할 것이 더 많은데 한도가 꽉 차자 다음 달에 살 것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카드가 사용정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몹시 당황한 나는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은행에 찾아갔더니 은행 담당원이 나에게 나지막이 말하였다.
"아버님께서 정지시켰네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 나는 그동안 누려왔던 하나의 특권을 잃은 것이다. 그날 집에 돌아가니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호랑이 눈을 번뜩이시며(말띠이신데 생김새는 호랑이를 닮으셨다)나에게 언성을 높이셨다. (어머니는 뒤에서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감히 니가 내 곳간을 도둑질을 해?"
나도 지지않고 대답했다.
"도둑질이 아닙니다. 그 카드는 어머니가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주신 거라구요."
아버지는 몹시 노하시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건 니 대학다닐 때 노상에서 굶어죽지 말라고 김밥으로라도 끼니를 떼우라고 준거였다. 근데 니놈은 그걸 애인질하는데 쓰고 그것도 모자라서 멀쩡히 직장 다니며 니 돈 벌고 있는데고 계속 쓴게야."
갑작스런 강경한 발언에 대응할 말을 찾지 못해 당황하고 있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낮은 음성의 마지막 욕을 한마디 날리셨다.
"후레자식이로고..."
그와 함께 내 카드는 압수되었고 나는 취업 후 내가 사용한 금액만큼 내 계좌의 돈을 집안 국고에 납입해야했다. 그에 더해 무슨 마가 끼었는지 햇볕정책을 하며 만나던 여자애와도 흐지부지되며 결국 끝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때마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었다는 뉴스는 덤....햇볕정책은 나에게도 한국에게도 실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