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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Nov 23. 2016

[영화리뷰]카페 6

학창시절의 로망인 우정, 사랑을 다룬 대만산 청춘영화. 배우들의 나이가 94년생 언저리라 그런지 다른 로맨스 영화보다 더 풋풋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민록과 소백지는 반올림하면 한자리수 성적이 나올만큼 문제적 고등학생이지만 매사에 긍정적인 단짝 친구입니다. 둘은 각각 심예와 채심이라는 같은 반 친구를 좋아하는데 서브남주와 여주인 소백지와 채심의 관계가 잘 풀리는 것에 비해 관민록과 심예는 영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있지만 그 이상의 차이를 알고 있는 심예는 관민록에게 선을 두려고 합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미래지향적인 심예에 비해 현실을 즐기는 주의인 관민록. 서로 지향하는 곳이 정반대이지만 관민록은 사랑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호기롭게 여깁니다. 결국 관민록의 순수한 열정에 심예는 마음을 허락하고 둘의 연예는 시작됩니다만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입니다.



장거리 연애, 학업과 아르바이트의 병행 등으로 계속 소진되어가는 관민록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본인의 미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심예의 간극은 점점 더 커져갑니다. 의지와 노력의 문제라 생각하며 질주하는 관민록이 애처롭게 느껴지는만큼 심예의 개인주의와 무심함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순간, 만화 속 로맨스를 꿈꾸던 관객들은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스포라서 더는 얘기하기 어렵겠네요.;;)
상영시간 1시간 30분동안 만화처럼 풋풋한 로맨스물이 삭막한 현실의 사랑으로 변색하고 젊음과 패기를 지키던 남주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던 발을 멈춰버릴 때 관객들은 각자가 관민록, 심예가 되어 수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창 로맨스 영화로 각자의 입장에서 어느 쪽이 옳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드는 힘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mv 링크 : https://youtu.be/Oi2261-l7nY


P.S : 처음으로 실시간 노트를 하면서 본 영화입니다. 원래는 생각의 단상 하나하나를 다 리뷰에 버무려야 하지만 느꼈던 감상을 날 것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대로 옮겨 봅니다.


1. 충격과 공포의 결말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2. 여주인공의 현실적인 무심함에 미워할 수 없으면서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3.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성실함도 헌신도. 단지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다른 사람을 향한다는 방향만 다를 뿐.


4. 순수함은 부정함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 모순과 역설을 동시에 품는 인간다움, 휴머니즘에 의해 무너져버린다.


5.  미래를 지향하는 여자와 현재에 충실하는 남자. 관점의 차이에서 생긴 비극. 남주는 자신의 열정과 순수함을 믿었고 여주는 가질 것을 바라면서 가진 것도 간수하지 못하였다. 남주가 되어 노력과 순수함으로 극복하길 바랬던 거리는 손이 닿을만큼 가까워졌을 때 툭 하고 끊어지며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다.


6.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작품.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웹소설에는 이렇게 리얼한 작품은 없던데...)


7. 내가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


8. 멈출 줄 모르고 달리던 남주인공의 열정을 꺼버린 것은 목표의 상실도 과정의 험난함도 아닌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가족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그에 대한 자책이었다.


9. 소백지를 맡은 배우는 장기하를 많이 닮았다. 장기하가 어렸을 때 저런 얼굴이었을 듯.


10. 관민록의 전생은 십중팔구 베르테르였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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