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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Dec 09. 2016

가을 구름

- 김선우

강릉 고향집 엄마방에서
엄마랑 낮잠 든 오후였습니다
물너미 하나 엄마 배를 타넘어왔습니다
시집올 때 가져온 구닥다리 자개장
엄마만큼 늙고 병들었지만
금조개 꼅데기를 썰어낸 자개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늙은 몸 위에서
학이 날고
거북이 구름 속을 슬슬 기어가더군요
소나무 타고 내려온 달이
몰속에서 첨벙, 밝아지는 몽유록
첫장을 펼치면 학이며 소나무가
물의 자궁 속에 동글게 박혀 있었습니다
바다가 오래 매만져온 금조개
껍데기에 스며든 바닷물 소리가
갈피갈피 접혀 있었구요
물풀 위로 산란되던 무수한 내가
그렁그렁 떠올라왔습니다
엄마 혼례 때 따라온 자개장 속에서
엄마랑 내가 흠씬 젖은 가을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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