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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Dec 19. 2016

열병 뒤에 얻은 답은 한 순간의 착각이었던 것처럼

- 김명석

바람으로 살고 싶다.
인연과 소망으로 꾸몄던 꽃다발을
깊은 수렁에 던지고 훌훌 날아왔다가
가고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세상에서 내가 피울 수 있는 꽃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보라색 시간이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바보였던가를 알았을 때
나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죽음은 살았음의 죄로 받는 형벌이었고
사랑은 쓸쓸한 뒤안길에서
뒹굴다가 으스러지는 한 잎 낙엽이었던 것을

바람으로 살고 싶다
눈길을 던질 때마다 그곳에는
나보다 더 소중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은 처참하게 분해되었거나
사라지지 못한 기억들의 얼룩이 아우성치고 있고
그 위로 바람은 알고나 있는 듯 어느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한때 난
그 기억들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살포시 눈을 감고 양지바른 곳에 앉아
되새김질 했었다

인생은 어찌보면
자아도취로 사는 것인지 모른다
열병 뒤에 얻은 답은 한 순간의 착각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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