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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an 13. 2017

우리가족 현주소

아버지의 약한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요새 들어 아버지는 퇴근 후 집에 오시자마자 식사를 드시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가신다. 주말에는 평소보다 부쩍 약속이 늘었고 밤 늦게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신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얼굴 볼 날이 많지 않은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아버지는 나에게 한마디 하셨다. 
"신년되니 나간 후배들도 많고, 내 사무실도 옮겼데이. 근디 원래 있던 곳보다 한참 구석으로 옮겨갔어. 새로간 방에는 내 밖에 없데이. 그리 됐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지만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가 괄시받는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 속이 휑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할만큼 한 것이니. 내 아버지 무시하는 놈의 뒤끝은 얼마나 험할까. 아니, 아버지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소외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는 무생물이니 두고보자 해봐야 뭐하나. 도구가 주인인 세상이 잘못이지.
어머니는 오늘부터 새벽기도를 나가신다. 누구를 위한 기도일지 모르지만 필시 가족 중 하나를 위한 것이리라. 결혼 후 독립하여 근처에 살던 형님 부부가 곧 멀리 이사를 가기 때문에 기도를 하시려나. 은퇴를 앞둔 아버지를 보며 앞으로의 보살핌을 위해 기도를 하시려나. 결혼도 안(못)하고 벤쳐회사 전전하는 나를 위해 기도를 하시려나. 하루가 멀다하고 고장나는 어머니 건강을 위해 기도를 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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