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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an 21. 2017

[영화리뷰]더 킹

<우아한 세계>, <관상>의 한재림 감독의 신작. 주연배우는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입니다. 조인성의 독백이 영화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이 영화는 <아수라>에 버금갈 정도로 숫내 풀풀나는 남성영화입니다. 정의라는 가치를 구현하는데 조직이라는 구조를 사용하면 반드시 권력과 부패라는 그림자가 생긴다는 메세지를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현실성과 동떨어지는 조악한 설정을 몇 개씩 가져옵니다. 

중학교 때부터 공부라곤 한적 없는 고등학교 일진 박태수(조인성)가 가정 폭력을 일삼는 양아치인 아버지를 꼼짝못하게 하는 검사를 보며 단숨에 공부하여 서울대 법대에 입학 후 사시까지 패스한다는 것부터가 과장이죠. 그렇게 검사가 된 박태수는 하루에 30건씩의 작은 사건, 사고를 처리하다 우연히 선배 검사(배성우)로부터 큰 제안을 받게 됩니다. 자신이 맡은 성폭행 사건을 적당히 합의해주는 대신, 검찰 중앙본부팀 한창식 부장(정우성)에서 일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태수는 응하고 본격적으로 썩은 검사가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불법 부동산 전매 가족(정은채, 박정민)을 두고  조폭(김의성, 류준열)들과 어울리며 더러운 일 처리하고 또 더러운 방법으로 덮는 식의 삶을 살면서도 겉으로는 아나운서 와이프(김아중)와 함께 삐까번쩍한 삶을 사는 모습을 적당히 해학적이고 익살스럽게 그려냅니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한, 그리고 배신과 몰락이라는 참혹한 결말을 위한 해학일 뿐 영화의 결론은 우리가 늘 예상하는 수준으로 진행됩니다. 
단, 이 영화는 홍콩 느와르 대신 <내부자들>, <마스터>와 같은 결론을 향해 달리는데 이 점이 노골적으로 티가 날 정도로 대충대충 진행됩니다. (여지없이 또 조인성의 독백으로요.) 마지막 조인성의 대사(스포라 말씀못드리지만)가 딱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고 이 메세지 하나를 위해 그 모든 무리한 설정과 조악한 개그, 전두환 때부터 이명박 때까지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영화속에서 하나씩 보여준 것이지요. 
가진 것 없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봐야 사회 구조와 권력의 그림자에 타락할 수 밖에 없다, 허나 그래도 개인 하나하나가 희망이다라는 것을 2시간 남짓한 시간 내 보여주기 위해 지루한 독백과 한국 현대사를 주마등처럼 보여준 것 등등 관객이 느끼기에도 메세지를 주려는 티가 너무 납니다.

한재림 감독의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에요. 딱 <우아한 세계>의 선을 넘지 못하네요. (<관상>이야 기획도 각본도 본인이 아닌 제작사에서 주도한 것을 본인이 연출한 것이기에 온전히 한재림 감독의 작품이라 하긴 어렵죠.) 
<내부자들>처럼 되길 꿈꾼 것 같지만 이도저도 아닌 흘러가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공조>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현재까지의 성적과 평을 보면 두 작품 모두 마스터피스가 되기엔 어림없을 것 같네요. 그냥 영화를 즐기길 좋아하시는 분이 보시기엔 좋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보러가실 생각이었는데 리뷰 땜에 보러가지 않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배성우의 코믹씬 등 재밌는 요소도 많이 있습니다.)

P.S 1 : 아무리 조인성이 동안이지만 류준열이랑 같은 나이로 나오게 한 것은 무리수가 아닌가 싶네요. 고딩 연기도 하는데 조인성 나이가 나이인지라 차마 교복을 입고 나오진 못하고 일진들 사복으로 입게 나오게 한것 아닌가 싶습니다. (류준열은 교복 잘만 입고 나오더군요.)

P.S 2 : 조인성, 정우성의 막춤이 일품입니다. 특히 <버스안에서>를 열창하며 춤추는 정우성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네요. 평소에는 주머니에 손넣고 폼을 잡다가 대선 때가 되면(검찰이야말로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고스톱이 정해지는 조직이랍니다) 굿판에서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납작 엎드리는 정우성을 보면 묘하게 웃음이 나오면서도 기분이 착잡해집니다.

P.S 3 : <내부자들>의 조상무 역할을 했던 조우진, <38사기동대>에 나왔던 오대환 등 반가운 얼굴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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