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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an 27. 2017

[영화리뷰]단지 세상의 끝

89년생 연기자 겸 감독인 자비에 돌란의 신작. 죽음이 임박한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오래전에 떠나온 가족에게 돌아와 자신의 죽음을 말하려는데 그를 맞는 것은 가족들의 반가운 환대가 아닌 각자 자신의 입장과 자신들의 할말 뿐. 이해는 안하지만 사랑은 한다는 엄마, 오빠에 대한 환상과 기대로 약한 말 꺼내기 힘들게 만드는 여동생(레아 세이두), 힘들 때 집을 떠나 가족의 부러움은 모조리 받고 이제와 집에 얼굴 비치는 것이 못마땅한 형(뱅상 카셀), 그런 가족에 주눅들어 눈치만 보는 형수(마리옹 꼬띠아르). 그들을 보며 답답함에 고구마 30개를 씹은 기분, 암세포가 무럭무럭 자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고 싶은 자리는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가능한 법. 더구나 현재의 자신을 그대로 봐주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들 앞에서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족이란 늘 들어주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존재라 생각했는데 만약 그것이 안되는 가족이라면. 그리고 그런 가족이 싫어 집을 떠나 성공을 거두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면. 가족은 성공한 자식의 모습에 늘 환호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제가 봐왔던, 제가 생각해왔던 가족은 경제적 상황에 상관없이, 가족간 갈등과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면 가족으로서, 그냥 가족으로서 돌아올 수 있는 자리가 허락되는 보금자리로 알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니 어쩌면 그렇지 않은 가족이 현실에도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니었고, 그것은 바깥에서의 성공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돌아온다고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도 아닌, 피할수도 넘어갈 수도 없는 천륜. 가족이 강점으로만 작용하는 삶을 보았던 것이, 그런 가정에 살아온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을 많이 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볼때보다 보고난 후 느껴지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감독 역시 처음에는 극본을 보고 던져버렸으나 두번째 봤을 때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하네요. 작년에 개봉한 '라우더 댄 밤즈'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걸어도 걸어도'같은 가족영화를 감명깊게 보신 분은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P.S 1 : 자비에 돌란은 잘생긴 얼굴에 아이돌 감독, 천재 감독 등 팬들을 거느리는 감독인데 왠지 저스틴 비버처럼 그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칸의 총애를 부쩍 받고 있는데 그가 롱런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를 품는 사람도 많네요.
P.S 2 : 키는 169cm네요. 연기랑 연출, 얼굴 등 다 갖춘줄 알았는데 역시 신은 다 주진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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