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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an 29. 2017

[영화리뷰]재키

존F. 케네디의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일명 재키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것도 인생 전부를 그린 것이 아닌 존F. 케네디 암살 직후의 한주간의 시간만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국사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수많은 음모론 중에서도 최고의 떡밥인 존F. 케네디의 암살사건. 미국인들은 이 떡밥을 다루는 것이 일상일 정도로 관심있는 소재이지요. 이 영화는 이런 미국인들이 보기 좋은 영화랍니다. 그렇기에 미국역사에 관심없거나 음모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지루하고 영화적 재미는 적게 느껴질 수 있어요.


특정한 소재와 특정한 관객을 위한 한정된 전제하에서 평가한다면 이 영화는 완성도, 연출, 연기력, 개성 등 모든 영역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는 작품입니다. 나탈리 포트만이 원탑으로 영화 전체를 끌고가지만 그가 아닌 재키만이 보이고, 재미만이 아닌 당시의 백악관의 상황이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세계최강국의 영부인이었다가 순식간에 남편을 잃자 끈 떨어진 연처럼 추락하는 신세. 부통령에게 쏠리는 각료와 언론, 내각들.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두려움, 잊혀지는 공포, 이제야 말을 뗀 아이 둘. 영부인으로서, 어머니로서, 성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재키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이 한 순간에 강요받게 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화려한 장례식. 말과 카메라, 군중을 최대로 동원하고 당시는 없던 장례방식(운구차를 먼저 보내고 추모행렬은 차 뒤로 걸어서 가는 방식)을 스스로 계획하고 관철해냅니다. 줄을 바꿔탄 각료들의 반란과 조숙한 미망인을 강요하는 언론의 눈치를 무릅쓰고 재키는 이 어려운 것을 해냅니다. 그녀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실제로 어땠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기록됐느냐에 달렸다'는 재클린의 대사가 그 이유이자이 영화의 전체를 꿰는 주제입니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그 기억이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친일 역사부터 군부 정권시대라는 어두운 시대를 보내고 욕했으면서도 결정적인 상황(총선, 대선 등)에서 사람들의 선택은 어땠는지, 교과서 등 현실의 정론이라 기록들이 그 순간에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를 본다면 날 것의 진실은, 그리고 그 기억의 힘을 절대적으로 과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기득권은, 위정자들은, 재키는 안 것이죠. 그래서 무리수와 눈치를 감안하고 결행해낸 것입니다. 역사교과서 등의 이념대결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우리나라이기에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부족하고 귀찮아도 내 기억과 사람들의 눈과 귀, 진실 그 자체만을 맹신하지 말고 늘 기록하는 습관을 유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번 더 했습니다.)


이 영화는 굳이 분류하자면 다큐 영화이고 오락적 재미는 없지만 그 외적 부분인 영화매체로서의 매력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영화적 완성도와 생각할 거리를 찾는 분들께는 추천하지만 존F. 케네디 암살사건에 관심없으신 분, 다큐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블랙 스완>의 감독과 배우였던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제작하였고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한 작품입니다. 절정에 달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력을 보시고 싶은 분은 이번 연휴 기간에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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