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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Feb 09. 2017

[영화리뷰]재심

영화는 재심까지의 과정이 아닌 재심 자체를 다뤘어야했다

브런치 시사회에 당첨되어 운좋게 개봉 1주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평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아쉽고 실망스러운 작품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러갈 때 국가권력과의 싸움에서 이긴 영화'변호인'과 '부러진 화살'을 기대하고 갔다면 후회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제목과 달리 '재심'이 아닌 '재심'이전까지의 과정만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벌어진 택시기사 살인사건 용의자로 범인 도주를 목격한 다방배달원 15세 최모군을 경찰이 강압수사하여 부당하게 범인으로 몰아 10년간 구치소에 수감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10년 복역 후 만기출소된 뒤에 국가에서 피해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까지 진행하자 해당 사건에 대한 재심을 다뤄 승리한 이야기입니다.

피고인 최모군 역할을 강하늘이, 피고인을 도와 재심을 승리로 이끈 이준영 변호사(실제 변호사 이름은 박준영입니다) 역할을 정우가, 최모군의 어머니 역할을 김혜숙이 연기합니다. 이외에도 이경영, 이동휘, 민진웅 등이 조연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문제가 없고 연출 등에 대한 부분도 따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없습니다. 문제삼고 싶은 부분은 앞서 말씀드렸던 영화가 조명해야할 포커스입니다. 감독은 부당한 국가 공권력을 상대로 승소한 이 재판을 영화화하기로 했다면 재심까지의 과정이 아닌 재심 자체에 포커스를 둬야 했습니다. 경찰의 부당한 강압수사, 검찰의 직무유기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인과 증거가 있는데 재판과정을 그리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당한 판결을 소재로 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인 '변호인', '부러진 화살', '이태원 살인사건' 등은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경위에 대한 서사와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중시하지만 그보다 위임받은 힘을 농단한 권력자들을 법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어떻게 단죄하고 무릎꿇리는지에 대한 법리과정에 더 큰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이를 통해 법을 이용하는 세력의 정체를 깨닫고 법이라는 것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법의 의미가 무엇인지 국가와 사법부의 의미와 존재가치가 무엇인지 관객으로 하여금 그리고 국민으로 하여금 상기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법정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데 이 영화는 이 부분을 아예 다루고 있질 않습니다. 

감독은 전작인 '또 다른 가족'을 통해 삼성전자 백별병 피해자의 사연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법정공방과 법리해석이 아닌 사건이 일어난 경위와 피해자에 대한 설명, 억울한 사연에 대한 서사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부분은 법정다툼을 다루기엔 가해자가 국가나 사법부가 아닌 재벌이었기에 사연에 중점을 둔 작품을 만들었던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법을 다루는 검찰과 경찰이 법을 악용해 가해자된 이 작품 <재심>에서는 그런 사연풀이가 아닌 법정공방 자체를 다루었으면 더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사연 자체도 실화는 조금 포함되고 대부분 영화적 재미를 위한 허구가 많이 가미되었습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헌법을 유린하고 범법을 저지르고 사법부와 국회의원들이 법과 인권을 유린하는 현실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보길 원하는 것은 올바른 법 집행을 통한 정의 실현의 과정을 보는 것이지 피해자의 억울한 사연과 호소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명백한 범죄인들이 막무가내로 부인과 침묵을 일관하는 현실에 관객들은 지쳐있는데 여기다 또 하나의 억울한 사연을 그려 국민의 심적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것은 지금 시기엔 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정우의 열연을 보고 싶은 분이나 작품을 볼때 감정서사와 드라마를 중시여기는 분께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는 작품이겠지만 법정드라마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께는 비추합니다.

p.s :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에 임하기 전 판사에게 했던 사이다 발언 하나를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판사님, 이의 있습니다. 원칙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이 폭행과 위법 수사로 15살 소년에게 살인누명을 씌운 사건입니다. 관련자를 모두 증인으로 불러야 합니다! - 박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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