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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Mar 01. 2017

[영화리뷰]문라이트

영화라는 그릇으로 담을 수 있는 형식미와 메세지의 최대공약수

2016년 최고 작품으로도 꼽히는 '라라랜드'의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수상 싹슬이를 막은 숨은 복병. 브래드 피트가 제작한 작품으로 노예 12년에 이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성소수자 문제, 빈부격차 문제도 같이 다루고 있습니다.)

제 74회 골든글로브(6개 부문 노미네이트, 드라마부문 작품상 수상),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8개 부문 노미네이트,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수상) 및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감독 수상작(첫 반째는 '노예 12년' 감독)이라는 어마어마한 실적만 보아도 이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미국 역사와 인종차별 등의 소재에 관십없는 분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을 거에요.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애니 '너의 이름은'이 동일본지진에 관심없는 전세계 관객들의 맘을 움직인 것처럼 이 영화 역시 국적과 세대 불문하고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1980년대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마약전쟁이 한창일 때 태어난 흑인 남성 동성애자의 삶을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라는 3개의 챕터로 그려내는 작품으로 영화 보이후드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챕터의 제목도 리틀, 샤이론, 블랙이라는 주인공의 세대별 애칭으로 네이밍되어 있습니다. 리틀이라 불릴 때 그는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의 버려진 자식이었고, 샤이론이라 불릴 때 그는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왕따 학생이었고, 블랙이라 불릴 때 그는 소년원에 다녀와 뒷골목의 주먹으로 자리잡은 고민하는 건달이었습니다. 바뀌는 시대와 성숙하는 몸과 달리 어렸을 적 채워지지 않은 구멍은 샤이론이 성인이 되어서도 더 깊어질 뿐 결코 매워지지 않습니다. 그의 과거를 아는 친구와 우연히 만나 함께하는 식사, 그리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내의 고백. 달빛에 비춘 그는 검지도 희지도 않은 푸른 야경속의 한 인간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원작은 희곡인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라는 작품입니다.)

생소한 배우들이 출연하지만(미국 관객 입장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없습니다) 배우가 누군지 따위는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며 볼 수 있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으로 한동안 이만한 작품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 이국적인 소재가 주는 진입장벽에 쉽게 다가가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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