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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Mar 18. 2017

[영화리뷰]미녀와 야수

애니때의 감동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실사화 버전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었다.

애니메이션, 뮤지컬에 이은 실사영화까지. 공연/문화계를 모두 정복하려는 디즈니의 야망은 헐리우드, 브로드웨이를 넘어 세계까지 집어삼키는 경지에 이르렀네요. 개인적으로는 문화의 다양성 보호 차원에서 실패하기를 바랍니다. 브로드웨이에선 실제로 2006년 이후 디즈니의 가족뮤지컬을 위시한 공격적 팽창이 막혔답니다. <프로듀서스>라는 전설적인 뮤지컬을 시작으로 <위키드>, <스프링 어웨이크닝>, <북 오브 몰몬>, 퓰리처 상까지 수상한 <해밀턴>에 이르는 순수창작뮤지컬의 황금라인이 디즈니의 가족뮤지컬 라인업을 압도해버렸지요. 덕분에 디즈니는 라이언킹, 미녀와 야수 이후 이렇다할 뮤지컬 성공작은 아직 안나오고 있어요. 순수창작뮤지컬이 다시 팽창하는 브로드웨이를 보면 마블과 애니메이션, 실사영화라는 삼각 편대로 시장을 내주고 있는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역공을 펼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영화는 실사영화라는 본분과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누가 실사영화를 만든다 하더라도 이 수준 이상을 만들기는 어렵다 싶을 정도로 음악, 연출, 연기, 미술 모두 잘 뽑아내었어요. 디즈니 실사화라는 특별성을 제외하고는, <미녀와 야수>는 수많은 나라에서 영상화되었기에 애니메이션 때의 혁명적 충격을 주긴 어렵지요. 애니메이션 때의 충격이 대단했던 것은 당시 수준으로 높은 퀄리티의 작화와 빌보트 차트 1위를 점령할 정도의 잘 뽑힌 음악에 크로아티아 지방 동화에 불과한 단편적인 설화를 기승전결,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재구성하였기 때문이죠. 이미 만들어진 모든 토대위에 디즈니의 실사영화라는 차별성밖에 얹을 수 없었던 이 영화는 사실 감독 입장에서는 독을 든 성배였을 것인데 빌 콘돈 감독은 훌륭히 완수합니다. 감독이 <시카고>, <드림걸즈>의 뮤지컬 영화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만들어낸 경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죠. 이 감독의 차기작 또한 뮤지컬인데(각본만 담당합니다) 뮤지컬 영화에 대해서는 업계의 신뢰가 돈독한가 봅니다. <더 그레이티스트 쇼맨>이라는 작품인데 배우 라인업이 휴 잭맨, 잭 에프론, 레베카 퍼커슨, 미셸 윌리엄스이라고 하니 말 다했죠.

애니 원작의 깨알 재미를 선사했던 촛대와 시계 캐릭터를 각각 이안 맥그리거, 이안 맥컬런이 연기했는데 같은 이름끼리라 그런지 둘 간의 케미가 원작 못지않게 좋았습니다. 주전자, 찻잔, 옷장, 피아노, 받침대 캐릭터 등 원작에서 표현된 가구가 된 신하 캐릭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개성있게 표현해낸 점이 맘에 들었어요. 흡족한 마음으로 웃으며 뻔히 아는 스토리를 고개 끄덕이며 볼 수 있었답니다.
개스통 역에 캐스팅된 루크 에반스는 모든 캐릭터 통틀어 싱크로율이 제일 높았다고 생각해요. 원톱 주연도 가능한 배우가 빌런을 맡은 것은 본인도 높은 싱크로율을 인정하고 원작에 어떻게든 참여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이지 않을까 싶네요. 벨을 맡은 엠마 왓슨과 야수를 맡은 덴 스티븐스 모두 제 역할을 확실히 합니다. 엠마 왓슨은 여려보이지만 한 고집하는 벨을 맡기에는 다소 강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무난하게 잘 소화했어요. 덴 스티븐스는 국내에는 잘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현재 미국 드라마 <리전>에서 엑스멘의 프로페서 X의 아들인 리전 역할로 열연하고 있어서 아시는 분들도 좀 계실 것 같네요.(참고로 리전은 엑스멘 시리즈는 물론 마블 시리즈 통틀어서 최강급 캐릭터입니다.) 결론은 디즈니의 실사영화 수준을 기대하고 보시는 분께 딱 그만큼의 만족감을 드릴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정도의 기대를 가진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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