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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Mar 25. 2017

성교육 사건 : 이게 여자다

엄마에게 중학교 때 성교육받은 이야기

내 어머니는 고등학교 가정교사 출신이시다. 때문에 교육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셨고 자식에 대한 교육은 어머니께서 전담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음악학원, 미술학원, 서예학원, 속셈학원, 과외 등등 형과 나는 어머니의 철두철미한 교육철학과 관리하에 유년기를 보냈다. 
어머니에게 있어 교육은 그 누구의 간섭도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인 주권이기에 아버지는 물론 형과 나, 심지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마저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내가 겪은 모든 것들은 오늘의 나로 크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은 다른 집 자식에게서는 좀처럼 체험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겪었기에 그것을 나누고 싶기 때문. 중학교 2학년 가을 시즌에 나는 집에서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홀로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이어서 좋은 고등학교를 들어가려면 입시시험과 내신성적이 필요했기에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했고 어느 과목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한참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때, 엄마가 외출을 끝내고 돌아와서 내게 말을 거셨다. 
"니, 시험 우에 봤노?" 
"잘 봤습니다." 
"그래, 이제 남은 과목이 뭐고?" 
"가정이랑 국어, 물상입니다." 
"그래? 가만, 가정이라고? 니 내일 가정시험보나?" 
"네. 내일 가정 시험입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나오자 관심이 생긴듯 내가 공부하던 교과서를 들고 이러저리 훑어보셨다. 그때 내가 시험볼 범위는 2차 성징 관련 파트였는데 어머니는 뭐가 그리 관심이 많으신지 골똘히 보시더니 갑자기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니 2차성징 공부 많이 했나?" 
"그냥 외울만큼 외웠습니다." 
"그래가 되겠나? 좀 이따 내 니 부르면 언능 온나. 내 니한테 보여줄게 있다."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한 후 계속 자리에 앉아 공부를 계속하였다. 어머니는 자리를 비우신 후 5분 정도 있다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한창 공부가 잘 될 때 불러서 기분이 안좋았지만 미리 들었던 얘기도 있는지라 냉큼 달려갔다. 
"네. 왜 불렀습니까?" 
"내 니한테 공부 가르쳐주려고?" 
"공부요? 무슨 공부요?" 
"잔말말고 화장실 가봐라. 가서 변기 봐라." 

갑자기 왜 변기를 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시키는대로 하였다. 그랬더니 이게 뭔가. 온통 눈에 보이는 것은 피.피.피. 새빨간 피가 변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가 놀라서 할 말을 잃자 어머니가 말했다. 
"어때? 봤나?" 
"이게 뭔가요?" 
"니 공부 헛했나? 아까 니 공부하던가 생각해봐라." 
"그럼 이, 이게 생리라고요?" 
"그래, 이게 생리다. 내 이번이 아마 마지막일건디 니한테 언제고 함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 때 딱 상황이 맞아 떨어지네. 어때, 놀랐지?" 
놀라긴 했지. 근데 그렇다고 굳이 이걸 내 눈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냔 말이다. 바로 다음 날이 시험인 아들한테 피범벅인 변기를 보여주고 엄마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교과서에 있는 것들, 다 믿지 마라. 니 성교육은 책임지고 이 엄마가 시켜주마. 알갔나?" 
대답없이 거실로 돌아가려는 나를 보며 엄마는 마지막 한마디를 했다. 
"니가 평소 말만 잘 들었어도 내가 저리 피 많이 나진 않았을기다. 여자가 얼마나 예민한데...앞으로 잘해라. 알갔지?" 

다음날 시험은 다행히 좋은 성적을 받았다. 피를 봤다고 꼭 마가 끼는 것은 아니더라. 하지만 그 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는 집 대신 독서실에서 꼭 공부했다. 다신 시험날 전에 험한 꼴 보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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