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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Mar 25. 2017

[영화리뷰]보통사람

작품성에 있어서는 범작, 타이밍에 있어서는 대박

1970년대 한국 최초의 연쇄살인마인 김대두의 연쇄살인사건과 1980년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조합하여 만든 영화. 손현주가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행복을 바라는 강력반 형사 선진을, 장혁이 김기춘을 연상케하는 한대 패주고 싶은 안기부 차장 규남을 연기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땡하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땡전뉴스가 판을 치던 1980년대 후반. 한국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을 수사중인 성진은 우연히 유력한 용의자 태성(조달환)을 체포합니다. 조사할수록 연쇄살인범으로서의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알고 검거를 포기하려던 찰나, 안기부 차장 규남이 접근하여 태성을 살인범으로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물론 다리 아픈 아들의 수술과 돈뭉치라는 미끼와 함께말이죠.) 말못하는 아내(라미란)와 아들을 위해 성진은 사건을 조작하는 것을 고민하고 그의 절친인 추기자(김상호)는 사건의 실체를 깨닫고 성진을 만류하는데...

1970년대 김대두 연쇄살인사건을 1987년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서 만든 아이디어는 좋은데 딱 그 기획의 선을 벗어나진 못합니다. 좋은 영화란 시놉시스와 실화 등 맛있는 재료가 모이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다 작품만의 향과 색을 살짝 묻혀내는 것이 필요한데 이 영화의 향과 색은 기성품인 '변호인'의 잔향에서 벗어나질 못하네요. 현 시국 덕이 아니면 개봉조차 힘들지 않았을까 의심되지만 역으로 그 시국덕에 대박 흥행은 못하더라도 상영의 연장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손현주의 연기는 볼만하지만 추격자의 그늘을 벗어나긴 어렵네요. 믿고 보는 배우의 수준 정도에서 멈추게 된 것은 그의 연기력 부족이나 한계가 아닌 이제는 정형화된 한국의 중간자 입장의 캐릭터 때문일 겁니다. 장혁은 오랜만에 추노의 대길이를 벗어나는 악역 캐릭터를 맡아 정말 패주고 싶은 연기를 하지만 툭툭 던지는 발성과 감정없는 대사, 눈빛이 내 머릿속의 장혁과 묘한 부조화를 이뤄내 새로운 캐릭터로 인지하는데까지는 미치지 못하네요. 장혁이 못했다기보다는 다작 배우인 그가 꾸준히 대중에게 쌓아놓은 캐릭터의 전형이 그가 새 연기와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걸림돌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나이 마흔이 넘은 이 배우의 숙제는 흥행이나 인기가 아닌 자신을 넘는 것이 되겠네요.
제목처럼 보통급인 영화입니다. 보시려는 분 말리지 않지만 추천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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