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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pr 17. 2017

[영화리뷰]다시 벚꽃

편한 길을 포기하고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가수 장범준의 삶

MBC와 장범준 합작으로 제작된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의 삶을 그린 다큐 영화. '버스커버스커' 활동 중단 선언 후 가수 장범준이라는 이름으로 1집, 2집을 내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버스커버스커의 대성공 이후 장범준은 큰 고민에 빠집니다. 데뷔 전 작곡했던 음악의 자가복제 이상의 작품이 나오지 않고, 1집 이후의 음악에 쉽게 질려버리는 팬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본인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할 필요를 느끼죠. 벚꽃연금의 이미 이룬 성공을 기반으로 좋은 기획사를 만나 상품화된 가수의 길을 선택하느냐, 그간의 성공 패턴을 접고 백지상태로 돌아가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을 찾아낼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 결혼과 득녀 등 개인을 넘어 가장으로서의 고민은 더 커지고 그는 결국 후자를 선택합니다.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반지하 카페1호'라는 작업실 겸 카페를 만들고 인디 뮤지션들과 함께 다시 거리의 가수로 활동하는 장범준. 2옥타브 솔까지밖에 못올라오는 음역대와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그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작곡활동과 가수활동을 병행해갑니다. 데뷔 전에는 기타와 노래의 레코딩 후 끝났던 작업방식 대신 스스로 드럼, 키보드까지 직접 연주하며 녹음하고 세션들과 소통하며 곡을 하나씩 완성해가는 모습. 자신을 넘기 위해 자신의 우물을 넓히며 음악적 소통을 하는 과정을 영화는 생생히 그려냅니다.

어렸을 적 남편없이 홀로 미화원 일을 하며 자신을 키워낸 어머니. 아버지 없는 자식이란 소리를 들을까봐 자신이 가장 역할을 하기 위해 동생을 업고 다녔던 장범준. 가수 지망생 동생인 장기준에게 싫은 소리 없이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형과 가장,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의 삶을 보니 장범준에 대해 오해했던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너무 솔직한 일상을 보여주느라 그런지 눌린 머리, 덥수룩한 수염 등 쾡한 20대 후반 청년의 제대로 망가진 모습을 실컷 볼 수 있었어요.

벚꽃연금, 빌딩구입 등으로 호화롭게 사는 삶은 일절 없는 장범준. 편한 삶 대신 아티스트의 고행을 택한 그를 응원합니다. '장범준'이라는 기분좋은 꿈을 꾸고 나온 느낌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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