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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pr 24. 2017

[영화리뷰]오두막

용서라는 주제를 보편적으로 풀어낸 기독교 영화

무려 6년간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던 원작의 강렬한 아우라, 그리고 기독교 영화라는 편견 때문에 관람을 망설였던 영화입니다. 마침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집 근처에 있는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맥은 어렸을 적 아버지로부터 모진 학대를 받고 자랐습니다. 어릴 적 마음의 상처의 응어리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맥은 껍데기 뿐인 신앙인. 그러던 어느 날 FBI가 쫓던 연쇄살인범에 의해 막내딸 미시가 납치, 살해된 후 자책과 분노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 일이 있은지 3년 후, 맥에게 파파라는 신원불명의 인물로부터 미시가 살해된 오두막에서 기다리겠다는 편지가 도착합니다. 맥은 속는 셈치고 오두막을 방문하고 거기에는 맥이 한 때 믿었던 세 명의 신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맥에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잘 만들어진, 정확히 말하면 일반 대중에게 평가가 좋은 기독교 영화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아래는 미션, 벤허 등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기독교 영화를 보며 제가 찾은 법칙인데요.


1. 기독교 영화의 편견을 극복하는 방법은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것이다.
2. 무신론자에게 기독교 영화를 좋게 보이게 하는 방법은 누가(하나님)를 강조하는 대신 무엇을(문제의 원인) 직시하는 것이다.


입니다. 철저히 제 주관으로 정한 기준이라 객관적이라 할 순 없지요. 허나 이 기준을 통과한 기독교 영화는 최소한 종교 영화 특유의 거부감 및 기승전하나님으로 이어지는 불편함이 비교적 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이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합니다.

영화는 기독교의 삼위일체 신을 정면으로 다루지만 이들이 주어로도, 그리고 동사로도 역할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주어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인 맥(인간)이고 동사는 '용서하다'입니다. 목적어는 죄인, 그리고 자기 자신이 되겠죠. 즉, '주어+목적어+동사'로 이어지는 이 영화의 주제에 신은 어디에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이는 영화를 통해 파파라 불리우는 신이 스스로의 입으로 얘기하는 진리이기도 합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으로 점철된 한국의 오직예수 신앙과 달리 영화의 뉘앙스는 인간에 맞춰져 있습니다. 단지 신이 하는 역할은 용서와 정죄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야를 깊게 더 멀리 넓혀주는데 있지요. 그리고 인간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신도 같이 짊어진다는 점을 거부감없이, 설득력있게 서술합니다.


이 영화의 원작소설의 작가는 선교사로 자신이 어렸을 적 선교지에서 성추행 당했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이 글을 써서 자식에게 읽어주었다는데, 그의 동료들이 책으로 출판하자고 권유하여 자비 출판 후 수백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상당한 명성을 가진 작품으로 영화 역시 큰 기대를 받았는데 최소한 원작의 명성에 흠이 되진 않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기독교 영화로 극성 기독교인에 거부감이 강화된 삼위일체(야훼, 예수, 성령)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만 제외한다면 비기독교인들도 괜찮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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