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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May 02. 2017

[영화리뷰]나는 부정한다

완벽한 승리는 완벽한 논리와 인내에서 나온다.

007의 배우로 알려진 다니엘 크레이그의 아내 레이첼 와이즈가 주연한 영화로 홀러코스트 부정론자인 역사논객 데이빗 어빙의 고소에 맞서 홀러코스트를 법적으로 증명해내 패소시킨 역사교수 데보라 립스타트의 소송 이야기입니다. 

역사학자를 빙자한 사기꾼인 데이빗 어빙은 피소된 사람이 고소한 사람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영국의 법정 시스템을 이용하여 데보라가 홀러코스트 관련하여 자신을 모욕했다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합니다. 미국인 데보라는 졸지에 영국에 가서 재판을 받게 됨과 동시에 홀러코스트가 역사적 사실을 입증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치솟아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데보라는 영국의 변호사 섭외에 들어갑니다. 영국 법정 시스템에서는 법정변호사와 사무변호사를 각각 구해야하고, 각지의 홀러코스트 희생자들이 자신에게 부담되는 응원을 던지는 등 개인이 짊어지기에 큰 짐을 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뛰어난 변호사들과 함께하게 된 데보라. 그녀는 어빙을 박살내겠다고 다짐하지만 변호인들은 그녀에게 뜻밖의 말을 합니다.

첫째, 재판에는 홀러코스트 피해자를 증인석에 세우지 않겠다.
둘째, 재판에서 데이빗 어빙을 상대하는 것은 법정변호사만 한다.

직접적인 피해자들을 일체 배제시키고 논리로만 어빙을 무너뜨리겠다는 변호인단. 데보라는 생면부지의 영국 변호인단에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매일 스트레스와 분노가 폭발하지만 꾹 눌러참습니다. 과연 법정에서 변호인단은 어빙을 어떻게 상대할까요?

결론은 변호인단을 믿은 데보라 측의 완전한 승리입니다. 영화를 관람하는 입장에서 데보라의 분노와 초조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한 기조를 유지한 변호사들의 현명한 대처가 눈에 띕니다. 데보라의 마음을 실감나게 연기한 레이첼 와이즈와 변호인단을 연기한 앤드류 스콧 등의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이 시기에 개봉한 것은 아마 종군위안부 부정, 국정농단 부정, 5.18 부정 등 각종 부정으로 점철된 한국의 현상황과도 관계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냉정하게 법리만으로도 궤변을 일삼는 사람들을 격파해내는 것은 영국의 양심적 지식인과 법 시스템의 공정성, 흔들리지 않고 참아낼 수 있는 시민들의 선진의식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꼭 현실을 부정하는 이들이 심판받는 그 순간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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