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nnie Volter May 13. 2017

[영화리뷰]목소리의 형태

피해자는 결코 가해자의 불행을 원하지 않는다

작년 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과 경쟁했던 <목소리의 형태>를 관람하였습니다. 이지메(왕따)를 다룬 무거운 이야기에요. 

청각장애인 니시미야 쇼코는 새로 이사온 초등학교에서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점차 아이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게 됩니다. 따돌림을 주도하는 것은 편모 가정에서 자란 이시다 쇼야. 그는 쇼코에게 '좀 더 노력하지 않으면 모두가 너를 싫어할거야.'라는 말을 하며 끈질기게 괴롭힙니다. 보청기를 빼앗고 책상에 낙서하고 노트를 훔치는 등 도가 넘치는 괴롭힘은 결국 쇼코의 전학으로 이어지고 쇼야의 괴롭힘에 동참하거나 침묵했던 선생과 친구들은 쇼야를 죄인취급하며 따돌리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쇼야. 그는 아직도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끊고 혼자의 삶을 이어갑니다. 그의 인생 목표는 딱 한가지. 자신의 가장 큰 과오인 니시미야 쇼코를 괴롭혔던 것에 대해 사죄하는 것. 그것을 위해 그는 수화를 배우고 자신이 쇼코에게 입혔던 보상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합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 쇼코를 찾아간 쇼야. 원래 쇼야의 계획은 보상금을 갚고 쇼코에게 사과한 후 자살하려는 것이었지만 쇼코는 쇼야와 만나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계획에 진척이 안되는 사이, 본의 아니게 쇼야는 누군가를 돕게 되어 친구가 되고, 과거 같이 쇼코를 따돌렸던 옛친구를 만나는 등 삶에 여러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다 쇼코와 쇼야는 만나게 되는데....상처받은 사람과 속죄하려는 사람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129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실제 느껴지는 상영시간은 그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깁니다. 그것은 이 애니메이션의 순정만화같은 그림체와 달리 다루는 주제가 따돌림과 관련된 상처, 속죄, 책임, 용서, 극복 등 모든 주제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다루기 때문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스토리는 사실 영화 전체의 내용을 보았을 때 1/3에 지나지 않아요. (스포라서 더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이지메라는 소재를 소설적 장치를 통한 어설픈 해결이나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둥 애매하게 처리하고 넘어가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영화 '한공주'이상의 깊이있는 작품으로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사과를 제대로 받고 용서할 책임이 있음을, 피해자로 스스로를 가둬버리려는 일종의 책임방기, 곤란한 상황에서 남탓하고 도망가려는 제3자 등 이지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룹니다. 죽도록 밉고 무서웠던 가해자 역시 자신의 잘못과 책임에 벌벌떠는 또 하나의 피해자였고, 자신의 과오를 지우고 싶어 죽음까지 생각했던 겁쟁이임을 보고 사람은 결국 남은 삶을 위해 부족하지만 용서하고 또 다시 시작해야하는....그런 삶을 이어가야함을 느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누군가를 괴롭혔고 또 그것에 침묵했던 이 애니에 나왔던 캐릭 중 어떤 한 사람이겠죠. 확실한 것은 결코 그 일로 인해 그 누구도 행복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제 삶 역시 제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무시하고 누군가에게 무시당하고 그 선택과 아픔에 현재를 잊고 싶어하는 것의 반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삶을 이어가겠죠. 가장 무서운 것은 이지메라는 사회적 폭력을 통해 타인에 비친 나를 목격하고 그것이 나라는 것으로 단정지어버리는 것. 그것은 앞날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버리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때문에 잘못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되 이미 저지른 실수는 빨리 사과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노력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리뷰]에이리언:커버넌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