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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ul 01. 2017

[영화리뷰]맨체스터 바이 더 씨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자가 남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파란을 일으킨 작품. 맷 데이먼 제작, 밴 에플렉의 동생인 케이시 에플랙이 주연한 영화입니다. 미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는 미국 매사추세츠 근교의 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이곳 토박이 출신인 리(케이시 애플렉)가 고향을 떠나 멀리 보스턴에서 생활하게 된 연유를 이야기합니다.

아파트 잡일꾼으로 푼돈만 받고 일하는 리. 그는 과거 이혼경력이 있는 남자로 지금은 아파트 빈 방에 살면서 고생만 많고 아무 비전도 없는 일로 젊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는 자신의 형인 '조'가 심부전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도착했을 때 형은 이미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임종 직전에 형이 남긴 유언을 전해들은 리는, 형의 아들인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자신이 지목되었다는 것을 알고 난감해합니다.

고향에 머물길 싫어하는 리는 조카 패트릭에게 보스턴으로 같이 떠나자고 하지만 패트릭은 떠나기를 거부합니다. 리는 왜 고향을 떠나고 싶어하고, 패트릭은 왜 한사코 고향을 안떠나려고 하는 것엔 특별한 사연이 있는데...

국내에서 CGV 단독개봉으로 아카데미상 일정에 맞춰 올해 2월에 개봉했던 영화이지만 당시 스케쥴이 맞지 않아 못보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라라랜드와 문라이트에 맞서 4관왕을 차지한 대단한 작품이라 큰 기대를 하고 보았는데...이 영화의 묘미는 영화보다는 영화평을 해주는 평론가, 팟캐스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더군요. 덕분에 단선적인 감상으로 끝날 이 영화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리는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커다란 실수(스포라서 얘기안합니다)를 가슴에 안고 남은 여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살아나는 고향을 한시라도 떠나고 싶은 그는 패트릭에게 맨체스터에 남아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닥달하지만 패트릭에게도 리만큼이나 맨체스터를 떠나선 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리에게 맨체스터가 지우고 싶은 기억의 무대라면 패트릭에게는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가면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기점으로 서로 다른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두 남자의 운명을 영화는 매우 깊은 여운을 남긴 채 끝냅니다. 이 영화가 다른 기라성같은 작품을 제치고 각본상을 받은 것은 (크고 작고의 차이는 있어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의 과오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모습과 어딘가 닮은 곳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 역시도 리처럼 어떤 부분에 있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행복하게 살아야할 저의 행운을 무시한채 손을 놓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작품이 주는 메세지나 이야기에 있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단연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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