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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ul 03. 2017

[영화리뷰]옥자

자본주의의 민낯을 짐작케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의 횡포로 독립영화관에서만 개봉만 영화 '옥자'. 덕분에 불금 퇴근 후 서울시 종로3가역에 있는 서울극장까지 가서 관람하였습니다. 30분마다 관이 하나씩 있을 정도로 옥자에 상영관을 집중 배정하였음에도 좌석점유율은 어림잡아도 80%는 훨씬 넘어보이더군요. 교복입은 학생들, 대학생, 직장인 무리들이 떼지어 오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를 흐뭇함(?)을 느꼈습니다. 인간미 없는 멀티플렉스에서 벗어나 간만에 찾은 독립극장에 사람들이 줄서서 오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를 아날로그의 추억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의 시작은 10년전인 2007년. 세계적인 식품기업인 미란도의 CEO 루시(틸다 스윈튼)는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에서 개발한 슈퍼돼지의 대량생산을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최초의 돼지가 나은 26의 새끼 돼지를 전세계 각지의 우수한 사육사들에게 보내어 10년이란 시간동안 가장 잘 키운 이에게 상을 주겠다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기획을 통해 유전자조작 기업으로서의 안좋은 이미지도 떨쳐버리고 최고의 돼지고기 육성법도 배우는 등 일석이조를 거두는 것이 루시의 목적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납니다. 26마리 중 한국의 산촌에서 길러진 돼지 옥자는 10대 소녀 미자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미자(안서현)와 형제처럼 자라온 옥자는 높은 지능과 사람을 사랑하는 맘을 지닌 채 성숙했습니다. 옥자의 상태를 검사하러 찾아온 조니 박사(제이크 질렐할)와 미란도 그룹 직원들은 속임수를 써서 미자를 따돌린 후 옥자를 데려가버리고 미자는 옥자를 되찾기 위해 추격을 시작하는데...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 이야기 등 전체적으로 수작입니다. 봉준호 감독에 틸다 스위튼, 제이크 질렐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까지 캐스팅만 보면 왠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한국배우로는 변희봉, 안서현, 최우식을 볼 수 있었고 코리언 아메리칸 스티븐 연의 연기도 약방의 감초마냥 훌륭했습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는게 아쉽네요. 옥자로 대변되는 수많은 동물들은 인류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먹이감이기도 하죠. 밝은 곳에서 대중은 옥자와 같은 귀여운 동물을 도살하고 음식으로 만드는 미란도 그룹을 욕하지만 막상 먹는 문제에 봉착하면 더 맛있고 싼 고기를 위해 지갑을 열고, 미란도 같은 그룹은 수요가 있기에 옥자와 같은 동물들을 도살하여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겠지요. 맛있는 고기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잠깐의 휴머니즘은 사람들이 눈 한번 질끈 감음으로써 잊혀지는 차가운 현실. 수많은 슈퍼돼지들이 도살장임을 알면서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들도 자본주의 시스템이 약한 이를 착취하는 것을 알면서도 대책없이 걸어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볼꺼리 뿐 아니라 생각할 꺼리까지 던져주는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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