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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ul 07. 2017

[영화리뷰]스파이더맨 홈커밍

마블의 치장에 가린 큰 영화와 작은 영화 사이의 어정쩡한 포지션

개봉 전부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2 다음가는 명작이라 칭송이 자자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개봉날 칼퇴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짧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스파이디의 고등학교 생활과 어벤져스 가입을 위한 초보영웅의 적응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배경은 시빌워 이후입니다. 외계인 뉴욕침공사건 이후 치타우리 종족의 무기들과 소코비아의 울트론 무장 등 빌런들의 잔해들을 수거해오며 불법무기거래를 해온 벌쳐 일당은 사실 토니 스타크에 의해 해고된 뉴욕 쓰레기 수거업체 직원들입니다. 그들은 뉴욕 퀸즈를 본부로 불법거래를 하며 세를 확장하려 하는데 하필 그 때 시빌워를 끝내고 어벤져스 입단을 위해 자경단 활동중인 스파이더맨에게 걸립니다. 토니 스타크가 개입하기 전에 무기탈취를 크게 하고 손을 털려하는 벌쳐 일당과 본격적으로 입지를 다지려하는 스파이더맨과의 대결이 펼쳐지는데...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액션이 아닌 수트의 다채로운 기능. 그동안 유전적으로 얻은 거미줄과 스파이더 센스외에는 보여줄 것이 없던 스파이더맨에게 토니 스타크의 기술이 더해져 놀라운 재미를 더해줍니다. 시한폭탄 거미줄, 전기충격 거미줄, 정찰드론, 음성변조, 웹 글라이더, 낙하산 기능, 인공지능 캐런의 등장은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지만 자칫하면 흑수저 영웅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는데 영화는 이 균형을 절묘히 유지해냅니다. (사실 균형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것이 영화의 핵심주제 중 하나입니다.)

톰 홀랜드와 친구인 네드 역할을 맡은 필리핀 배우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학교와 거리를 오가며 둘이 벌이는 언행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이고 이 둘의 개그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가 크게 맘에 들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샘 레이미의 전작이 나았다는 생각도 하실 겁니다. 악당인 벌쳐는 의외로 비중이 크지 않고 지금껏 마블 시리즈에 나오지 않았던 가족을 중시하는 소시민형 빌런인데 목적이 스파이더맨이나 어벤져스의 퇴치가 아닌 그들의 무기를 탈취 후 팔아먹는 것이 전부이고 그것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라 빌런으로서의 위압감은 떨어집니다. 허나 이런 그의 딱한 사정이 벌쳐를 그동안의 빌런과는 달리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어 관람 후 인상적인 빌런으로 기억에 남게 해줍니다.

토니 스타크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출연분량은 예상만큼 많지 않습니다. 분량 비중은 피터 파커>피터 파커의 친구인 네드=벌쳐>토니 스타크=해피 호건(토니 스타크의 비서)입니다. 크리스 에반스와 기네스 펠트로도 출연하지만 까메오 수준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세계에 스파이더맨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영화로 보시면 됩니다. 그 자리라는 것이 그동안 마블에 없던 고등학생 히어로와 강도 등 일반범죄자와의 싸움 등 소소한 소재 등을 다루는데 감독의 문제인지 어마어마한 규모의 마블 시리즈에 길들여진 관객의 눈높이 때문인지 아직은 왠지모를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마블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지 않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21세기 폭스의 데드풀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이번 스파이더맨을 통해 채우려고 하는 느낌이 역력합니다. 감독인 존 왓츠는 이번 작품이 두 번째 영화인 것으로 아는데 본인의 역량 발휘보다는 마블이라는 제작사의 주문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만든 느낌입니다. 

제작비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1 다음으로 낮은 규모였다고 하는게 이해가 갑니다. 액션씬은 적지는 않지만 다소 싱겁습니다. 특히 스파이더맨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천루를 지나가는 활공액션씬은 샘레이미 시리즈는 물론 어메이징 스파이덤 시리즈보다 부족합니다. (사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평단에서 호평하는 수준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완성도를 따지자면 <캡틴아메리카:퍼스트 어벤져> 수준이고 재미로 따지자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1>보다 근소하게 높은 수준으로 생각합니다. 쿠키는 2개 있는데 마지막 쿠키는 낚시 수준이니 보실지말지는 편하게 정하시기 바랍니다. 마블 시리즈를 쭉 보시던 분들이라면 스킵하긴 애매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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