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꼭 음악을 듣는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트는 노래들은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의 OST이다.
계속 같은 노래를 반복하며 듣다가 어느샌가 영화속, 드라마 속 주연 배우가 되어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주위를 살펴보고 흥얼거림을 반복한다. 어느덧 밖의 세상과는 차단된 나만의 세상에 푹 빠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그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때 쯤 노래를 끄고 이어폰을 뽑는다. 그렇게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아찔한 멀미를 느낀다. 그래도 내일 결국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중학교 때부터 이어져오는 내 습관이다. 아마 나이가 들어도 주기가 길어질 뿐 완전히 사라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해보고 근절하려는 노력도 해봤지만 이젠 그냥 놓아두려고 한다. 24시간 온종일 머무르기엔 내가 사는 현실과 세상은 너무 좁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