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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Jul 06. 2017

강아지 꼬리

초등학생 때 나는 우리집에서 키우던 개를 너무 좋아해서 자나깨나 개생각 뿐이었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면 우리집 개가 밥을 잘 먹고 있을까 걱정되었고 화장실에 갈 때면 강아지가 제 때 볼일을 보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학교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약속도 잡지않고 항상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집으로 달려갔다. 우리집 개 역시 나를 반겨주었고 나를 볼때마다 반갑다고 늘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우리집 개가 나와 우리 가족을 향해 늘 부지런히 꼬리를 흔드는데 그러다가 꼬리가 끊어지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었다. 아니 끊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꼬리에 매듭이라도 생기면 어떨까 몹시 고민이 되었다. 

하루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고민한 결과 나는 답을 내었다. 나는 집에서 어머니가 쓰는 오일을 손에 듬뿍 발라 우리 강아지 꼬리에 발라주었다. 강아지는 그것이 먹는 것인줄 알고 빙글빙글 돌며 내 손과 자기 꼬리를 핧았지만 별 맛이 없는 것을 알자 그만두었다. 그렇게 우리집 개 꼬리는 흡사 그 부분만 초강력 젤을 바른 것처럼 적셔졌고 나는 이제 강아지 꼬리의 매듭이 생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안심하였다. 

허나 저녁 시간이 되자 강아지가 불편한듯 낑낑거렸고 나는 걱정이 되서 강아지 꼬리를 살펴보았는데 아불싸 오일에 젤 성분이 있었던 것을 몰랐다. 강아지 꼬리는 딱딱히 굳어 있었고 나는 서둘러 물을 뭍혀 딱아내려 하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털뭉치는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뒤늦게 집에 도착한 엄마한테 펑펑 울며 얘기하자 엄마는 아세톤 몇방울을 뭍혀 강아지 꼬리를 닦아주었고 그렇게 소동은 일단락 되었다. 

그후 내가 집에 귀가할 때마다 우리집 개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꼬리도 흔들지 않았다. 개와 친해지기 위해 과자도 주고 산책도 하였으나 나와 헤어질 때까지 개는 꼬리를 흔들지 않았다. 누군가 개는 백번 잘해주고 한번 못해주면 잘해준 것만 기억한다고 했는데 우리집 개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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