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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Sep 14. 2017

여유에너지

안녕하세요? 저는 여유에너지라고 합니다.
제 이름이 생소할지 모르지만 저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실 거에요.
저는 여러분의 여유시간에서 나오는 힘이랍니다.
퇴근 시간 후, 약속없는 주말, 운좋게 생긴 틈새시간 등에 저는 꼭꼭 숨어있답니다.
계획없이 텅텅 빈 시간에 저는 여러분에게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딴짓할 수 있는 여유, 학창시절 첫 사랑에 대한 추억, 언제 챙겼는지 기억조차 안나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 안부인사까지 저는 은밀하게 여러분 머릿속에 집어넣고 온답니다.
그렇게 저는 티안나게 여러분의 타이트한 일정 사이에 완충제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헌데 요새 사람들은 저를 없애는데 열을 올립니다.
버스시간표를 만들어 버스가 올 때까지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앗아가고
SNS를 만들어 기억속의 그녀를 추억할 틈을 막아버리고
스마트폰을 만들어 부모님 안부챙길 시간에 주식과 게임을 하게 만들지요.
저를 없앨수록 성공한 인생이고 알찬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세상은 변해가고 있어요.
바쁘게 사는 것 자체가 성공으로 변해가는 이 세상에서 저의 존재는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도 저는 분명 존재합니다.
점점 없어져가는 삶의 여유속에서 저는 당신이 행복한 하루를 살아가길 바랍니다.
일하다 지쳐 술로 속을 채우지 말고
공부하다 낙심해 게임으로 현실도피하지 말고
구직하다 상심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지 않게
저는 다시 살아나 여러분의 삶을 지탱하고 보호할 것입니다.
조금만 빈 시간을 내어주세요.
약속을 비우고 할 것을 비우고 공란의 시간을 음미해보세요.
그럼 분명 저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눈감은 시간동안 당신의 빈 곳에서 서서히 그러나 멈춤없이 움직이는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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